매일신문

'강경위 자살'…경찰 검찰비난 고조

최광식 경찰청 차장의 수행비서인 강희도(40) 경위가 자살한 것을 계기로 평소 검찰에 대해 품고 있던 경찰관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수사 경찰관을 지휘하는 검사들의 고압적인 태도,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보여준검찰의 견제 등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 듯 제기되고 있는 것.

하지만 강 경위의 죽음을 바라보는 경찰의 시각은 계급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위 이상 간부들은 수사권 조정 등과 관련해 검찰을 집중 성토하는 데 반해 하위직들은 왜 목숨까지 버려야 했는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인간적인 연민을보이고 있는 것이다.

경찰 간부들은 '거물 브로커' 윤상림씨의 로비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경찰을견제하려고 '표적수사'와 '언론플레이'를 해 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최광식 차장과 '거물 브로커' 윤상림씨 사이의 돈거래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수사를 빨리 진행하지 않아 최 차장의 불법행위 연루 여부와 무관하게 경찰의 명예가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은 "누구도 강 경위가 죽음을 선택하게 된 경위를 섣불리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종합해 볼 때 강 경위유서에는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에 대한 좌절과 분노가 표현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뭔가 감추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지, 모시고 있는 분이 괴로워하고 억울하게 당하는 모습을 견디지 못했던 것인지는 지금 현재로서는 알 수도 없고 이러쿵 저러쿵 언급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고인의 뜻이 이뤄지도록 살아남은 사람들이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선 경찰서에서 검찰의 지휘를 받아 사건을 처리하는 경찰 실무자들도 평소 가슴 속에 간직했던 검찰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여성 경장은 "강 경위가 유서에서 분명 '검사없는 세상으로 가자'고 남겼다"며 강 경위가 검찰 소환에 심리적 압박을 받은 나머지 죽음을 선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강 경위의 결백이 밝혀진다면 경찰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다른 경찰서의 경위급 간부는 "강 경위의 사정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검찰 수사의 특성상 상당한 심적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누구든 잘못했으면 처벌받는 게 당연하지만 칼자루를 쥔 검찰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수사 정보를 악용해선 안 된다"고성토했다.

그는 "검찰은 과연 '자기 식구'들이 연루된 문제에 대해서도 이번 사건처럼 해왔냐"며 되물었다.

그러나 경사 이하 경장, 순경 등 하위직에서는 이번 문제를 수사권 조정이나 검찰과 갈등 문제와 연관시키는 시각은 많지 않고 인간적인 연민의 목소리가 주류를이뤘다.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30대 중반의 한 경사는 강 경위가 자살을 선택한 동기에 대해 "사실을 모르는 상태여서 추측성 얘기만 나오고 있다"며 "빨리 진실이 드러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하위직 경찰관들은 '이해를 못 하겠다. 왜 죽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처자식을 놔 두고 죽냐'"며 안타까워하고 '경위로 특진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정말 아깝다'며 인간적인 연민을 표시하고 있으나 이를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해석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며 일선 경찰의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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