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경위 자살'…검·경 갈등 확산 조짐

최광식 경찰청 차장의 수행비서였던 강희도(40) 경위의 자살을 계기로 최근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어온 검찰과 경찰 간기류가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22일 일선 경찰관들은 전날 발생한 강 경위 자살 소식을 전해듣고 평소 검찰에품고 있던 불만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경찰은 강 경위가 검찰 소환 예정일(20일)에 자취를 감췄다가 이튿날 시신으로발견된 점 등을 들어 이번 사건이 검찰의 '표적수사'나 검사들의 '고압적 태도'와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부 경찰 간부들은 검찰이 경찰청장 직무대행인 최 차장과 '거물 브로커' 윤상림씨 간 금품 거래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작년 11월부터 관련 정보를 흘리는 '언론 플레이'를 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은 "누구도 강 경위가 죽음을 선택하게 된 경위를 섣불리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유서내용을 보면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에 대한좌절과 분노가 표현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위직 경찰관들 중 상당수는 검찰이 강 경위의 죽음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있다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에선 "왜 하필 검찰 소환을 받고그랬겠는가"라며 검찰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경찰의 이런 반발 움직임에 대해 검찰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22일 강 경위의 죽음을 애도하며 브로커 윤상림씨 사건 수사를 일시 중단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

검찰은 또 경찰이 주장하는 '언론플레이' 의혹과 관련해 "관련 정보를 절대 언론에 흘린 적이 없고 보도는 언론의 외곽 취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하며 강 경위의 죽음과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참으로 안타깝고 애석한 일입니다. 예정대로 출석해서 알고 있는 만큼만 진술하면 되는데…"라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검찰은 23일부터 브로커 윤씨 사건 수사를 재개할 예정이지만 강 경위 자살의파장을 감안해 최 차장 관련 부분은 상당 시일 뒤로 미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일부에서 강 경위의 자살을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연결지으려는 움직임이 있는 데다 돌발 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최 차장 관련 조사를 강행하는 것은엄청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러나 경찰이 강 경위 사건을 수사권 조정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데 이용하려고 할 경우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사건의 파장이어디까지 확산될지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강 경위의 자살과 상관없이 수사는 흔들림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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