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논공읍 금포초교.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들이 손자뻘 어린이들과 함께 졸업식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할머니들은 지난해 5월 금포초교에서 마련한 '동네 어르신들을 위한 한글교실' 강좌를 통해 '초교생'이 됐다. 4명의 할머니가 명찰을 달았다.
"학교를 졸업한다고 생각하니 어젯밤엔 한숨도 못 잤어. 이젠 여한이 없어요."감격스러워하던 제덕분(63) 할머니는 요즘 일기 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오늘은 처음으로 컴퓨터로 선생님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를 썼다. 그동안 배운 한글로 또박또박 자판을 두드렸다. 쉽진 않았지만 힘들게 완성하고 나니 다시 태어난 기분이 든다." 할머니는 자랑스레 일기장을 펼쳐보였다. 틀린 글자 하나 없었다.
이들을 가르친 금포초교 김정희 교사는 "1주일에 두 번밖에 없는 수업이었지만 어르신들의 배우고자 하는 열기는 놀라웠다"며 "방과 후에 산수와 컴퓨터도 가르쳐달라고 조를 정도였다"고 했다.할머니들의 한글 공부는 5, 6개월이 지나면서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김 교사는 말했다. 이제 웬만한 책과 편지는 무난하게 읽고 쓸 수 있게 됐다는 것.
박두레(58) 할머니는 "그동안 엄두도 못 냈던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고 나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며 "이젠 자식들에게 편지도 거뜬하게 쓸 수 있다"며 자랑했다.졸업식이 끝나고 가족들의 손을 꼭 잡고 학교 문을 나서는 할머니들. "벌써 졸업이라니 너무 아쉽다. 앞으로도 계속 더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사진) 늦깎이 초등학교 졸업생이 된 논공읍 금포리 제덕분(63)·박두레(58)·정옥연(64)·김연옥(50) 할머니는 책을 읽고 일기를 쓰는 게 너무 즐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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