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휴일문화

한국에서 보낸 첫 성탄절을 기억한다. 이 때 나는 서울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성탄절은 주중이었다. 나는 영국처럼 그 주 전체의 휴강을 기대했지만, 단지 성탄절 하루만의 휴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영국의 생활 방식은 기독교 축제에 맞추어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영국의 왕과 여왕이 교회뿐만 아니라 국가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에 의해서 부여된 '신수(神授) 왕권'을 가졌으므로, 종교적 축제와 성 축일(Saints' Days)은 국경일이 되었다.

오늘날 영국은 국민의 10% 이하가 기독교를 믿는 다문화적·다종교적 국가로 바뀌었지만, 성탄절 및 부활절 등의 기독교 축제는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서구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은 국경일이 될 수 없다.

만약 성탄절이 일요일과 겹치면, 성탄절 전후를 포함한 3일 간의 공휴일이 주중으로 옮겨지는데, 이 경우 성탄절은 화요일이 된다. 성탄절에 이어 새해 첫날이 일요일과 겹치게 되면, 3일간의 공휴일은 월요일부터 수요일이 된다. 이 경우 목요일과 금요일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휴업을 하게 되므로, 사람들은 이 2주간의 황금 휴가를 기대한다.

날짜를 옮기면서까지 공휴일을 보장하는 이 관습은 서구에서 여가 시간의 중요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영국인들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주당 35시간 일하며, 상점은 보통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

나의 유년시절 일요일과 국경일은 '쉬는 날'이었다. 사람들은 교회에서 집을 오가느라 상점과 박물관·도서관 등은 모두 문을 닫았으며, 공공 운송체계는 제한된 서비스만 제공했다. 따라서 내가 홍콩에 머물렀을 때, 성탄절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상점과 백화점이 문을 열고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란 적이 있다.

최근 들어 한국 정부에서는 생산 저하에 의한 경제적 손실 때문에 공휴일의 횟수를 줄였다. 이제 식목일이나 한글날은 더 이상 공휴일이 아니다. 한편 일주일에 5일 일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화되고 있으며, 토요일은 멀지 않아 수업이 없게 될 것이다.

나는 공휴일에 대한 서구적 인식이 장차 한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용될지 퍽 궁금하다. 만약 추석과 설날이 일요일과 겹칠 경우, 이를 화요일로 옮겨서 각각 3일간 휴일이 되게 하고, 이어서 목요일과 금요일에 직장의 문을 닫게 되는 황금연휴를 즐기게 될 것인지. 정말 기대된다.

앤드류 핀치(경북대 영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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