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산하 사법개혁제도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마련한 '전국 5개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안이 원안 고수 쪽으로 21일 방향을 전환하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일부 풀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가 고등법원 상고부를 서울에만 설치하려는데 대해 왜 대법원이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동의했을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개추위가 2년여 기간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 공감대를 형성해 준비한 안을 스스로 부정한 것에 대한 대법원의 명확한 설명은 아직 없는 상태다. 일단 처음부터 대법원이 국회 일부 법사위원들의 의견에 동의한 것이 아닌 점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사개추위 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했으나 지방분권과 지역균형 발전에 반대소신을 가졌거나 서울에만 상고부가 있어야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일부 국회의원들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대법원에 수정안을 제시했다. 국회 요구대로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4월 임시국회 통과를 해 줄 수 없다는 통보도 있었다.
4월 회기내 법원조직법이 개정돼야만 서울고법 상고부 청사 개축이 가능했던 대법원으로는 그래서 국회 제의를 받아들이게 된 것.
하지만 국회의 수정요구가 대법원으로서는 전혀 싫지 않은, '원님 덕에 나팔 부는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
지역소재 고법마다 상고부를 설치하면 나중에 재판부 인선에 상당한 진통을 예상해야 한다. 상고부 재판장은 법원장급이나 고참 부장급에서 선임해야 하는데, 당사자가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장급이거나 법원장 승진을 눈 앞에 둔 사람이 대법관도 아니고 법원장도 아닌 자리에, 그것도 지방에 가기를 원치 않으면 대법원은 골치를 앓게 된다.
하지만 서울에만 상고부를 두면 이런 문제는 상당수 해결될 수 있다. 또 재판연구관 등 승진 자리도 많이 생겨나 서울에서 근무하는 법관들은 일정 부분 혜택을 볼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예산문제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에 고법 상고부를 설치한다고 예산이 대폭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많고, 그렇게 될 경우 전체 살림을 운용해야 하는 대법원으로서는 골치 아픈 게 한 두가지가 아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어떤 고민을 했던 간에 지역법관들은 대법원의 방침 변경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반응들이다. 대법원 고위 관계자가 국회에서 서울고법에만 설치해야 한다는 근거로 제시한 지역인사와의 유착 우려, 지방에서의 우수법관 확보 어려움, 법령해석 통일 등은 지역 법관을 폄하하는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서울에만 우수 법관이 있고 지역에는 그렇지 못한 법관들만 있다는 것인지, 지역 인사와의 유착 우려를 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유착 우려가 있다면 지방에 있는 고법 상고부에만 있으란 법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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