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지도력을 심판하는 성격을 띤 영국 잉글랜드 지방선거에서 집권 노동당은 최악의 우려대로 300석 이상 잃는 참패를 겪었다.
4일 실시된 지방의회 선거에서 최근 각료들의 잇단 실책과 스캔들로 타격을 입은 노동당은 1980년대 초 이래 최악의 지방선거 성적을 기록했고, 젊은 당수 데이비드 캐머런이 이끄는 보수당은 1992년 이래 가장 좋은 지방선거 성적을 거뒀다.
지방의회 의원 총 1만9천579명 중 176개 지방의회 의원 4천360명을 새로 뽑는 이번 선거의 일차 집계 결과 노동당은 319석을 잃어 1천439석을 차지했다.
최대 승자인 보수당은 1천830명의 후보가 승리해 316석을 새로 추가했다.
제2야당인 자유민주당은 노동당에서 빠져나온 표를 보수당에 빼앗긴 채 2석을 추가해 909석을 차지했다.
반이민정책을 추구하는 극우정당인 영국국민당도 런던 동부의 가난한 백인 노동자 계층의 표를 끌어모아 27석을 추가해 32석을 확보했다. 친환경정책을 추구하는 녹색당도 20석을 더 챙겨 29명의 승자를 냈다.
유권자 2천300만명 중 36%가 투표한 이번 선거 결과로 볼 때 보수당은 이제 차기 집권을 바라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방선거 투표율을 정당별 전국 지지율로 환산했을 때 보수당 40%, 자유민주당 27%, 노동당 26%로 각각 나타났다.
블레어 총리는 지방선거 패배 후 터져나올 총리와 정부에 대한 비난을 막고, 불리한 판세를 급반전시키기 위해 5일 오전 부랴부랴 내무, 외무, 교육, 국방 장관 등을 경질하는 총리 취임 이래 최대폭의 개각을 단행했다.
블레어 총리는 선거 전 외국인 범죄자를 추방하지 않고 석방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찰스 클라크 내무장관을 해임하고 존 리드 국방장관을 신임 내무장관으로 지명했다. 여비서와 섹스 스캔들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 존 프레스콧 부총리는 유임됐다.
그럼에도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블레어 총리가 사임하든지, 최소한 차기 총리 후보인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에게 언제 총리직을 물려줄지 날짜를 밝히라는 당내외 여론을 가라앉히는 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BBC가 선거일 실시한 전화여론 조사에서 응답자 1천2명 중 36%가 블레어가 이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고, 14%는 블레어가 연내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는 전통적으로 집권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성격을 띠는 데다 선거를 앞두고 블레어 총리의 대가성 정치자금 스캔들, 내무부의 외국인 범죄자 관리 소홀, 부총리와 여비서의 섹스 스캔들이 줄줄이 터지면서 노동당의 패배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스트래스클라이드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존 커티스는 이번 선거에 대해 "노동당은 괴로운 밤을 보냈으나 붕괴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보수당수로 선출된 캐머런 당수는 취임 후 첫 번째 선거 시험대를 성공적으로 통과했으며, 이제 보수파의 반발을 제압하고 당내 입지를 굳힐 수 있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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