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철이 시작되었다. 경운기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리고 농촌총각들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산자락 한 모퉁이에 '베트남 처녀 결혼 전문'이란 현수막이 농촌총각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이미지와 결혼이 잘 맞는지 총각 처녀들의 혼담도 여기저기 입소문을 탄다. 올해는 입춘이 두 번 있는 쌍춘년이라 예비 커플들이 더더욱 서둘러 날을 잡고 있다.
보통 음력으로 한해는 354일 정도이다. 음력 7월 윤달이 끼면서 올해 한해가 385일로 늘어 절기상 입춘이 한 해에 두 번 들어가게 됐다. 200년 만에 한 번 돌아 온다는 쌍춘년에 결혼하면 길하고 부부가 백년해로 한다는 속설 때문에 결혼 관련 문의와 상담·예약 건수가 넘치고 있다.
예식장 관련업체에 따르면 벌써 봄·가을 주말은 예약이 거의 끝난 상태라 한다. 그러나 농촌 총각에게는 그림의 떡인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촌 환경이 여성들의 기피현상으로 이어져 농촌총각들은 국제결혼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농촌총각의 국제결혼도 일반화 된 지 오래다. 통계청의 2005년 혼인 통계에 따르면 농촌 총각 의 35.7%인 2천885명이 외국 여성과 결혼해 3명 중 1명이 국제 결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농촌총각이 외국 신부와 결혼을 하여 살고 있지만 모두 다 행복 한 것은 아니다. 돈벌이하기 위한 위장결혼에다 언어와 문화 그리고 사고방식의 차이로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지 못해 파탄을 맞는 경우도 많다.
농촌총각이 진정한 배필을 찾기란 어려운 것인가. 여기에는 중매인의 역할이 실로 중대하다. 무자격·부도덕한 결혼 알선업체의 난립을 방지하고, 이익만 노려 사기행각을 일삼는 이들 업체의 행위는 철저히 단속해서 피해자들이 속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매매 결혼이나 여성 상품화로 발생될 수 있는 국제적인 망신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겠다. 또한 사회의 관련단체나 지자체 또는 정부 부처에서 농촌총각의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신뢰 있는 공인기관에서 부채와 건강 등을 실질적으로 종합 평가해 대상을 선정하고, 사회적응 교육 등 사후관리 대책까지 검증해서 가족의 일원으로 따뜻하게 맞이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장기적으로는 무엇보다도 농촌지역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서 도시 못지 않은 문화생활과 경제적 여건이 구비 된다면, 농촌총각의 결혼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이국희(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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