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길. 고향의 향수를 들춰내는데 돌담길만한 게 또 있을까. 감나무와 호두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리고 그 위론 초록 담쟁이넝쿨이 무성하다. 돌담 아래쪽은 더께더께 이끼가 앉아 오랜 세월을 이야기해준다. 생긴 그대로의 자연석에 황토를 입혀 쌓아올린 토석담과 순전히 크고 작은 돌만으로 쌓은 돌담. 둘 다 매끄럽게 돌아가는 길을 만들어내는 것은 같다. 이 길을 따라 마을 어른들이 여유있게 오간다.
평화로운 고향 풍경을 찾아 군위 한밤마을과 성주 한개마을을 찾았다. 두 곳 다 지난달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재로 등록을 예고한 돌담길마을이다.
군위 삼존석굴이 있는 계곡 아래 넓은 들에 자리한 전통마을이 대율리(大栗里)다. 옛날부터 밤나무가 많아서 한밤마을이라 부른다. 팔공산이 북쪽 자락에 있는 이 마을은 경치가 수려하다. 마을 전체의 집들이 북향인 것도 이채롭다. 마을 주택들은 대부분 전통한옥구조. 지붕은 새마을운동으로 대부분 슬레이트로 개량했다.
한밤마을의 절정은 돌담이다. 마을 대부분의 담은 크고 작은 돌로 쌓아올렸다. 어디서 이 많은 돌들을 가져왔을까 싶을 정도. 마을 앞 강에서 들고 온 것들로 보이는 이 많은 돌들에는 슬픈 역사가 담겨있다. 경오년(1930년) 대홍수 때 마을 전체가 떠내려온 돌에 휩쓸렸던 것. 어떻게 보면 이 돌담들은 홍수피해 복구의 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 그래선지 돌담 축조 방식도 막돌을 그대로 쌓아올린 것이다. 때문에 돌담은 아래층은 넓고 위쪽은 다소 좁다. 넓은 곳은 1m가 넘을 정도. 한눈에 보면 성곽이 아닐까 싶다. 돌담은 집과 외부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진 않는다. 담장 너머로 집 마당이 다 건너다보인다. 한길 넘게 높은 담을 쌓은 대가집 담장과는 달리 포근한 정이 느껴진다.
고래등같은 큰 기와집들은 아니지만 돌담은 전체적으로 아담한 집들과 잘 조화를 이뤘다. 반듯하게 직선을 이루기보다 곡선형으로 이어진 돌담길이 옛 골목길 정취에 흠뻑 빠지게 한다. 전체 돌담 길이는 약 1.6㎞. 따뜻한 봄볕을 받으며 느릿느릿 동네 한바퀴를 돌 만하다.
돌담길을 돌았다면 동네 아래쪽 대율초등학교 앞의 솔밭도 찾아볼 만하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홍천뢰 장군이 군사들을 훈련시켰던 장소. 이 안에 약 4m 정도의 돌기둥이 있다. 진동단(鎭洞壇)이다. 음력 1월 5일 동신제를 지낸다. 꼭대기에는 돌로 깎아 만든 오리를 얹어놓았다. 마을을 둘러싼 주변 모양이 바다에 떠있는 배 모양이어서 오리처럼 물에 잠기지 말라는 뜻이란다. 배 바닥에 구멍을 내서도 안된다며 우물을 파지 못하게 해 이 큰 마을에 우물이 4~5개 정도 밖에 없었다는 것도 특이한 동네 내력이다. 문의=054)933-0021(군위군 새마을주민과).
▶한밤마을 주변 가볼만한 곳=경주 석굴암보다 1세기는 앞서 창건했다는 군위 삼존석굴(제2석굴암)이 가깝다. 국보 제109호로 지정된 삼존석굴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아래 동굴 속에 있다. 신라 소지왕 때 극달화상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상 20m 높이의 동굴에는 아미타불과 대세지보살, 관음보살이 모셔져있다.
▶어떻게 가나=대구에서는 팔공산 한티재를 넘어서면 처음으로 닿는 곳이 삼존석굴이 있는 군위군 부계면 남산리. 한밤마을인 대율리는 이곳에서 승용차로 5분도 걸리지않는다. 대중교통은 대구북부터미널에서 안동행 시외버스를 타고 효령에서 내려 시내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안동행 시외버스는 기다리지 않아도 될 만큼 자주 있다. 군위읍에서 효령-대율리-제2석굴암 간 시내버스는 1일 8회 운행한다.
글.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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