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억5천여만원 모은 '사이버 앵벌이' 검거

"죄송한데요. 엄마가 아프셔서 돈이 필요한데요.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 돈은 제가 나중에 갚아 드릴게요. 부탁드릴게요. 보내주실때 XXXX... 이리로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e메일 한통에 850여명이 1억4천 600여만 원을 송금했다.

안동경찰서는 어머니가 암에 걸려 돈이 필요하다며 15만 원을 빌려주면 한 달 뒤에 갚겠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 계좌로 돈을 받은 혐의로 주모(16·안동 옥동) 양과 편모(21·안동 송현동) 씨 등 2명에 대해 1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주 양이 이러한 사기 행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5월. 먼저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유흥업소에서 고생스럽게 일하는 것처럼 e메일을 보내 동정심을 유발하고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서너 달 동안 메일을 주고받으며 '오빠, 동생'처럼 친해졌다. 그리고는 어머니가 아프다며 돈 얘기를 꺼냈다.

주 양과 친하게 지낸 사람들의 십중팔구는 걸려들었다. 금액도 5만 원에서부터 500만 원까지. 경찰 조사 결과 대구에 사는 한 20대 후반의 회사원은 500만 원을 선뜻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원은 경찰조사에서 "측은한 마음뿐이었으며 사심없이 돈을 보냈다."고 말했다. 주 양은 "호기심으로 메일을 발송했는데, 오빠들이 아무런 의심없이 돈을 입금해 범행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인 돈은 함께 구속된 남자 친구 편모(21·안동시 송현동·회사원) 씨와의 유흥비로 탕진됐다. 함께 살며 가구와 옷을 구입하고 여행 경비로 사용한 것.

주 양과 편 씨의 범행은 지난 3월까지 계속되다 울산의 한 네티즌이 빌려준 15만 원을 갚지 않는다며 고소를 해, 계좌추적 끝에 덜미가 잡혔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한 경찰관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온정이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 온정을 악의적으로 이용한 사건"이라며 "선의의 피해자가 더 이상 없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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