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노후 재앙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선진국 수준이다. 여성은 80세를 넘어섰고, 남녀 평균도 77세나 된다. 기아'질병과 싸움의 결과라는 점에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오복(五福) 중 장수(長壽)를 으뜸으로 여겨 온 전통으로 보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났다고 무턱대고 반길 수만은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고용 능력의 상대적인 저하가 아닌가 한다.

쪊한 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경제 활동 인구를 가르는 기준인 65세가 될 때까지 꽉 채워 일을 해도 노인 부양이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2050년이면 노동력을 갖춘 20~64세 3명이 2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할 판이라고 하지 않는가. 더구나 외환위기 이후 불어 닥친 조기 퇴직 바람을 타고 기업 근로자의 평균 퇴직 연령이 52.3세로 낮아졌다. 퇴직한 뒤 25년을 일 없이 살면서 위의 어른까지 모셔야 하지 않겠는가.

쪊노인의 건강보험 진료비 비중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한다. 노인 1인당 진료비도 국민 평균의 3배가량이나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1분기의 노인 건강보험 진료비는 1조 6천935억 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24.8%를 차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8%나 늘어났다. 또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 노인 의료급여비도 3천51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1% 증가했고, 전체의 32.7%에 이르렀다.

쪊특히 노인 1인당 진료비가 국민 1인당 진료비 14만 3천800원에 비해 3배가량 많은 42만 5천300원이라는 건 무얼 말할까. 고령화 사회가 얼마만큼 속도가 붙고 있으며, 이에 따라 병마와 싸우는 노인들도 엄청나게 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노인백내장'뇌경색증'기관지암'폐암'폐렴 진료가 많고, 외래진료는 고혈압'당뇨병'관절병 등의 순이라 한다.

쪊계속되는 조기 퇴직, 대책 없이 황혼을 맞는 노인 문제를 생각하면 앞이 캄캄해진다. 경제적으로 노후 대비를 하지 않은 사람이 65세 이상 전체 노인의 71.7%인 현실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게 빈곤'질병'소외와 할 일 없음이라면 한숨이 안 나올 수 있겠는가. 77세까지 사는 동안 기껏 22년밖에 일을 하지 못해 2명의 근로소득을 7명이 나눠 먹으면서 수발까지 해야 하는 사회를 바꿔나갈 방도는 정녕 없는 걸까.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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