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 입 안의 도끼

얼마전,호주의 한 금광에서 갱도가 무너져 두 명의 광부들이 지하 1천m에서 2주일 동안이나 갇혀 있다 극적으로 생환하였다. 당시 구조대에 의해 구출된 그들의 표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기진맥진한 얼굴이 아니라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사방팔방이 완전히 막혀 삶의 희망이 꺼져가는 촛불처럼 사그라들던 공포의 그 순간, 그들의 뇌리에 가장 절박하게 떠올랐던건 뭘까. 돈, 명예,승진,성공,사랑…? 모르긴해도 생사의 갈림길에선 그들에게 이런 것들은 분토(糞土)마냥 무의미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엔 머릿속이 온통 하얗게 비어버렸을 것 같다. 어쩌면 평소엔 잊고 살았던 '하늘'이 숨막힐듯한 그리움으로 와닿지는 않았을까.

봄비가 올 때마다 비 그친 뒤의 공기가 한결 투명하다. 가을만큼 청명하지는 않지만 물기 어린 봄하늘의 빛깔도 나름대로 곱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얼굴을 60 바늘이나 꿰맬 정도의 참변을 당했는데 노사모의 여성 회장이, 그것도 시인이라는 사람이 "성형…" 운운하며 비아냥 거리는 투의 말을 하여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아무리 정치적 견해가 다르기로소니 끔찍한 일을 당한 사람에 대한 예의가 도시 아니다. 너무도 삭막한 세상!

가시돋친 말로 인해 호되게 설화(舌禍)를 겪는 유명 인사들을 종종 보게 된다. 욱, 하는 성정을 못참아 내뱉은 말로 가정이 부서지는 예도 적지 않다. "사람은 모두 입 안에 도끼를 가지고 태어난다. 어리석은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하여 그 도끼로 자신을 찍고 만다"는 법정 스님의 말에 새삼 머리를 끄덕일 밖에.

예나 지금이나 먹물 가득한 지식인은 많지만 지혜자는 찾기 쉽지 않은게 세상인가 보다. 5천년전 이집트 격언에서 조차 "지혜로운 말은 보석처럼 찾기 어렵지만, 맷돌을 돌리는 불쌍한 하녀에게서도 들을 수 있다" 라고 한 걸 보면….

지상에 발 붙이고 사는 사람 누구나에겐 때때로 괴로움과 고독, 슬픔 같은 것들이 밀려들곤 한다. 어쩌면, 땅에만 눈을 박지 말고 가끔씩은 눈을 들어 하늘도 좀 바라보며 살라는 메시지가 아닐는지. 우리 머리 위의 하늘이, 말없는 우리의 멘토(mentor)임을 말해주는 듯 하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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