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말 한다. 이는 사람들이 지나간 일들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데서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사실 복잡한 인간 사회에서 발생하고 경험하는 갖가지 사건들을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고 있다면, 상당한 정신적 갈등이나 고통이 따를 수도 있을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그의 정략론(政略論)에서 "과거의 상태를 세밀히 공부하는 사람은 현재의 일도 쉽게 판단할 수 있고 옛 사람의 행위를 참고삼아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교훈은 흔히 무시되거나 살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인류는 언제까지나 같은 추태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갈파했다.
매사를 너무 쉽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얼마나 무서운 질책인가.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여기서 지금 우리는 과거의 비극이나 상태를 거울삼아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냉정히 돌아볼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6·25전쟁이 준 상처 때문에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병마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상이군경과 20대 초의 청순했던 전쟁 미망인은 모진 풍파의 세월을 거쳐 지금 칠순의 할머니가 되었다. 마지막 전선을 용감히 지키다 부상당한 역전의 용사들은 고령의 나이에 상처 재발과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모진 고독과 고통을 참으며 쓸쓸히 여생을 보내고 있음을 우리는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보고 있지만, 무관심하게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눈을 돌려 내 옆을 살피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내 가정이 소중하고 나라가 소중한 만큼 그들의 희생도 값진 것이기에 그들의 공훈을 드높이고 아픔을 함께하는 것이 당연한 우리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길거리에 넘치는 자동차 홍수, 유행을 뽐내며 길거리를 활보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 웃음이 넘치는 행복한 삶. 이 모든 것은 어디에서 왔으며 누가 가져다 준 것인가.
오늘날의 영광뒤에는 풍전등화와 같은 조국의 위기를 고귀한 목숨과 몸으로 대신한 충용스런 우리의 이웃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모두 다함께 마음을 가다듬고 옷깃을 여미자.
진실로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요, 나라를 위하여 땀흘리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하여 땀을 흘리는 것이다. 내가 이 땅의 주인일진대 어찌 한줌의 흙, 한 그루의 나무, 한사람의 이웃인들 소홀히 하고 지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신명을 바쳐 자유와 조국을 지킨 호국영령들의 거룩한 뜻을 기억하고 이어받지 않을 수 있으랴.
해마다 맞이하는 호국·보훈의 달과 현충일 추념 행사가 일과성,형식적 행사가 아니라 우리들의 가슴속에 잠자는 애국혼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춘덕(안동보훈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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