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폭죽·환호·함성…새벽까지 승리 '만끽'

'환희의 밤'…대구도심 20만명 "대~한민국"

13일, 대한민국은 밤을 잊었다. 한국팀의 승리를 알리는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대한민국의 밤 하늘은 환희와 감격으로 물결쳤다. 모두 20만 명이 거리로 쏟아진 이날 대구 도심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월드컵 사상 원정 첫승을 일궈낸 태극전사들의 투혼에 "대~한민국" 함성으로 화답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특히 이날 밤 6, 7만여 명이 운집한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경우, 수만개의 붉은 빛깔 뿔들이 거리 위를 일렁였다.

4년 전 20만 명의 시민들이 거대한 붉은바다를 연출했던 이 곳은 경기시작 8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몰려들어 경기시작 1시간 전인 오후 9시 무렵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반전이 0대 1로 뒤진 채 끝나자 시민들의 어깨는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이천수 선수의 동점포가 터지자 시민들은 서로 얼싸 안고 승리를 향한 열망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윽고 안정환 선수의 천금같은 역전골이 또다시 토고의 골 네트를 흔들자 시민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승리를 예감하는 함성을 질렀다.

대역전극으로 경기가 마무리되자 범어 네거리는 밤 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축포와 함께 대형 태극기가 나부꼈고 폭죽을 연신 터뜨리는 시민들, 거리를 뛰어다니는 붉은 악마들로 가득찼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시민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며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기도 했다.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외국인들도 함성을 지르며 한국인의 힘과 열정을 함께 즐겼다.

서정화(56·여·대구 동구 신천4동) 씨는 "지난 2002년에 이어 올해도 이 곳 거리응원에 나왔다."며 "19일 열릴 프랑스 전에서도 반드시 한국팀이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4만여 명이 운집한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도 흥분에 빠지긴 마찬가지. 경기가 끝난 후에도 시민들은 자리를 지키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붉은악마들과 시민들은 어깨동무를 한 채 흥겨운 장단에 몸을 흔들었다. 일부 시민들은 차량 뒷 트렁크에 앉은 채 태극기를 흔들며 거리를 오갔다.

시민들이 몰려든 지하철 2호선 두류역에서도 붉은 옷을 입은 시민들의 응원은 계속됐다. 마스크와 붉은뿔로 무장한 조수원(22·대구 달성군 화원읍) 씨는 "당연히 한국이 이길 것이라고 장담했었다."며 "오늘 밤만은 유쾌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날이 하얗게 새울 것"이라 말했다.

이 곳에서 만난 파키스탄인 알리(36) 씨는 "3년 전부터 중고차 수입 사업을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다."며 "누구보다도 한국을 사랑하고 이젠 정말 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팀을 응원했다."고 말했다.

도심도 축제의 도가니에 빠졌다. 대구 중구 동성로는 태극기로 만든 옷을 입거나 페이스 페인팅을 한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열광적인 축제 물결은 14일 새벽까지 이어졌고 대구백화점 앞 분수대에는 붉은악마들과 시민들이 한데 모여 노래와 구호로 한국의 승리를 축하했다.

유학생 전지모(21) 씨는 "미국에서 유학생할을 하다 월드컵응원을 위해 귀국했다."면서 "한국팀의 승리를 확신했기에 먼 길을 온 수고가 전혀 후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광장과 광화문에는 50만명이 몰려드는 등 전국적으로 모두 218만여 명의 국민들이 집밖으로 쏟아져나와 16강 진출을 염원하고 2002년의 4강 영광재현을 위한 23인의 태극전사들의 투혼에 거리응원으로 화답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