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경기장 3만5천명 함성…거리응원 이모저모

두류야구장 붉은 야광뿔 물결 장관

○…길거리 응원이 펼쳐진 대구월드컵경기장 서편광장에는 붉은 옷을 차려 입은 3만 5천여여 시민들이 모여 한국팀을 응원했다. 새벽녘 날씨가 쌀쌀해지자 갖고 나온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목청껏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일부 고교생들은 교복 하복을 입고 나온 탓에 팔을 소매에서 빼 옷 안으로 집어넣고 잔뜩 웅크린 채 추위를 피하기도 했고 시민들도 서로의 체온으로 몸을 녹이면서 경기를 지켜봤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부근 큰 길가는 노점상들이 길게 늘어서 야시장을 방불. 공원 인근 편의점도 반짝특수에 환호성. 새벽 내내 배를 채우려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것. 하지만 두건, 머플러 등 응원도구를 파는 노점은 찾는 발길이 뜸해 대조. 이곳을 찾은 1만5천여 시민 대부분이 이미 응원도구를 준비해온 탓.

○…경기가 마무리된 뒤에도 한참동안 공원 화장실은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특히 여자화장실은 급히 화장을 지우고 교복을 갈아입는 여고생들로 한바탕 소란. ㄱ여고 2학년인 한 학생은"한바탕 신나게 응원전을 벌였으니 등교시간에 늦지 않게 학교에 가야 한다."며 화장실 거울을 보며 교복 매무새를 가다듬기도.

○...응원에 나선 시민들이 공원에서 빠져 나가며 쓰레기를 주우며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들의 손을 돕기도. 행사장에 배치된 공익요원들도 청소를 거들었다. 공원 한쪽에 앉아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던 한 환경미화원은"시민들이 많이 치웠다고 해도 원체 쓰레기의 양이 많아 서둘러 배를 채우고 일을 해야할 것 같다."며 "지난 2002년 월드컵 때보다 치워야 할 쓰레기가 훨씬 늘었다."고 걱정하기도.

○…두류공원 내 두류야구장은 붉은 야광뿔의 물결로 장관을 이뤘다. 야구장 바닥과 스탠드까지 가득 메운 6만여 시민들은 다함께 애국가를 소리 높이 부르며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홍인식(22·대학생) 씨는 "조금이나마 화면을 가까이서 지켜보려고 오후 11시에 나왔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어 놀랬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성원을 보내는데 16강, 아니 4강인들 못 가겠느냐"고 큰 소리.

○…한국팀 경기가 시작되기 전 야구장 곳곳에선 자리를 깔고 이불을 덮은 채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국팀 경기 전 브라질과 호주 경기가 중계되고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로 시끌벅적했지만 잠에 빠져든 이들에겐 이마저 자장가 소리로 들리는 모양. 정용석(23) 씨는 "집에서 자고 나오려다 아예 못 일어날 것 같아 이불까지 들고 이곳에서 눈을 붙였다."면서 "한국팀 경기 전 시민들이 함성을 지르는 바람에 경기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며 멋쩍게 웃기도.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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