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든 젓소 고기 유통에 식탁 안전 '비상'

정상 쇠고기와 식별 불가능·검수체계도 허술

경주와 포항지역 일부 학교와 병원·기업체 등의 단체급식소에 죽거나 병든 젖소가 밀도살돼 정상적인 육우와 함께 공급된 것(본지 22일자 4면 보도)으로 드러나 식탁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22일 경주경찰서에 구속된 이모(39·경주 동천동) 씨 형제는 경주에서 축산물 가공업체인 O식품을 운영하면서 형은 밀도살을 맡고 동생은 이 고기를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폐사하거나 병든 소가 있으면 처리해 주겠다.'고 축산 농가에 알려 젖소 한마리당 15~60여만원에 11마리를 매입, 축사에서 밀도살 한 뒤 정상 유통 쇠고기와 섞어 경주·포항지역 20여곳의 단체급식소에 납품했다.

이같은 불법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축산물가공업자와 축산농민이 함께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 등 관련 법규에 따르면 질병 등으로 폐사한 가축은 신고를 한 뒤 매장해야하는 데 30여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고 도살할 경우도 각종 허가와 증명서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 나타났듯 병사, 난산 등으로 정상적인 도축검사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거나 제대로 된 등급을 받을 수 없는 경우 축산농은 별도 비용이나 복잡한 처리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젖소를 처리할 수 있고, 밀도살업자는 헐값에 구입해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다.

이번에 불량 쇠고기를 납품받은 단체급식소는 경주 포항지역 일부 중·고교와 대학, 병원, 장례식장, 유스호스텔 등 20여 곳으로 검수체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부에 위탁급식을 하고 있는 경주의 한 학교 관계자는 "영양사로부터 불량 쇠고기와 정상적인 쇠고기가 함께 납품될 경우 현실적으로 식별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이들로부터 최근 6개월 여 동안 1억 여원 상당의 육우를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진 포항의 한 기업체 관계자도 "정상적인 수입 쇠고기를 납품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같은 불량 쇠고기가 섞였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경찰서는 지난 4월말에도 경주·영천·포항·울산 등지의 축산농가로부터 죽거나 병든 젖소 22마리를 헐값에 사들여 밀도살하고 식당과 단체급식소 등에 판매해 부당이득을 챙긴 도축업자와 축산물 유통업자 3명을 구속하고 축산농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주·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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