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말아 먹는다.
후텁지근한 날씨. 뭘 먹어도 시원찮다. 이럴 때 여름국수는 그나마 입맛을 당기게 해준다. 여기다 얼음까지 동동 띄우면 가슴 속까지 시원한 여름 최고의 메뉴가 된다. 국숫집으로 이름난 몇 곳을 찾아 그 집만의 비법을 엿봤다.
◆3대, 40년 맛의 비결
3대째 40년간이나 국수를 만들어온 대구시 달성군 하빈면 '동곡 원조 할매 손칼국수'. 이 집 국수 면발의 비결은 손수 밀가루를 빚고 면을 뽑아내는 것으로 요약된다. 기계로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쫄깃한 맛이다. 9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온 집안 식구의 팔과 어깨는 늘 병원신세다. 손수 면을 뽑아내는 것을 빼면 국수 맛의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 집 국수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면을 시원한 물에 한번 담근 뒤 내놓는다는 것. 이렇게 하면 먹기도 쉽고 소화도 잘 된다.
18년 요리강사 경력의 신아가(40·여·동아쇼핑 중식요리 강사) 씨는 여름철 소면류의 경우 소금을 조금 넣고 3분 정도 삶은 뒤 면을 꺼내 면 속에 냉기가 흐르도록 짧은 시간 내에 얼음물에 헹궈 내는 것이 쫄깃한 면발의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김인수 금영정공(주) 대표이사는 "경북 왜관과 대구 성서공단에 있는 두 공장을 오가다 출출할 때면 꼭 이곳에 들러 손국수 한 그릇을 먹는다."며 "그 세월이 벌써 20년째인데 언제나 한결같은 맛에다 가격도 부담없어 좋다."고 했다.
22세 때 이 국숫집 맏며느리로 들어와 31년째 할머니의 손맛을 이어가고 있는 김옥희(53·여주인) 씨는 "손수 빚는 비법 그대로 맛을 고수하고 있는데 힘들지만 보람도 느낀다."며 "할머니 때부터 내려오는 2평 남짓한 반죽하는 공간은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고 털어놨다.
◆국수의 생명은 육수
잔치국수, 콩국수, 냉국수 등 여름철 각종 국수는 우러나온 육수가 생명이다. 중식요리 강사 신아가 씨는 맛있는 육수를 우려내는 것도 정성이라고 했다. 신 씨는 육수를 우려낼 때는 멸치(50g), 다시마(15cm 1장), 북어머리 1개, 무 1조각, 양파, 대파, 마늘 등을 넣고 12분 정도 끓이면서 거품을 걷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동곡 원조 할매 손칼국수'에선 육수가 특이하다. 칼국수 면을 여러 차례 깊이 우려낸 물이 육수가 된다. 여기다 일주일마다 담그는 김치, 직접 재배한 고추 등을 곁들이면 훌륭한 손국수 메뉴가 완성된다.
물회국수로 유명한 대구시 중구 동아쇼핑 인근 환여횟집의 육수는 팥빙수 얼음 같다. 배와 사과 등 과일 외에 여러 가지를 넣어 새콤·매콤·달콤한 육수에 국수를 말면 색다른 식도락을 경험할 수 있다. 살짝 얼린 육수는 시원한 맛을 더한다. 해장용으로 그만이다.
서문시장 콩국수 골목에는 얼음집에서 막 가져온 각진 얼음이 생명. 찬물에 헹궈 낸 면의 냉기를 그대로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여름철이 되면 하루에 한 번은 국수를 먹는다."는 구상수(68·사업가) 씨는 "국숫집도 잘 찾아야 그 집만의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다."며 "많이 다니다 보면 골목골목 국수로 유명한 집들이 많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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