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생생 여행체험] 충남 서천 장안 갯벌

"대나무처럼 생긴 신기한 조개는 처음 봐요!"

한국에 온 지 1년 4개월째이지만 여행다운 여행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일만 하느라 웃어본 지도 오래지만 이날 만큼은 맘 편히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매일신문사의 초청을 받아 대구답사마당(www.taedabma.com) 일행과 함께 떠난 충남 서천시 '맛조개잡기 갯벌체험'. 오전 7시30분에 성서 홈플러스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3시간여 만에 장안해수욕장 갯벌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갯벌로 향했다. 마을 조개잡이들이 대나무 맛조개를 잡는 장면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삽, 호미 등을 갯벌을 살짝 들쳐낸 뒤 작은 구멍을 찾아 맛소금을 조금 뿌리니 대나무 마디같이 생긴 긴 조개가 고개를 쑥 내민다. 이 때 성급하게 잡으면 안 되고 절반쯤까지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 쑥 뽑아내면 정확히 잡은 것.

보면 볼수록 재미했다. 갯벌 속에 대나무처럼 길고 맛있는 조개가 소금을 넣으니 쑥 나오는 장면은 마술을 보는 것처럼 신기하기까지 하다. 직접 잡은 맛조개를 먹고 싶었지만 한 개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인근 횟집에서 사서 구워 먹었다.

소주 한잔과 함께 먹은 맛조개는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그야말로 일품 별미다. 지금껏 한국에서 먹어 본 가장 특이한 음식인 것 같다. 캄보디아 역시 바닷가가 있어 작은 조개가 있지만 한국처럼 갯벌에서 잡는 다양한 형태의 조개는 없다.

점심식사는 읍내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먹었다. 조개가 들어있어 구수한 된장맛에 밥이 술술 잘 넘어간다. '막대'라는 별명의 간장에 조린 나막물고기 반찬이 나왔는데 담백하면서도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독특했다. 10가지가 넘는 다양한 반찬도 너무 맛있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간 곳은 옛 신라시대 절터인 성주사지. 캄보디아 역시 불교를 믿는 나라지만 사원은 대부분 도시 외곽지에 나와 있을 뿐 좋은 자리는 아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산 속에 자리잡은 한국 절터가 아무리 봐도 명당자리가 맞는 것 같다.

성주사지 역시 동서남북 4방향 모두 세 겹으로 둘러쌓인 작은 산들이 절터를 보호해주고 있었으며 절터 앞으로는 맑은 시냇물이 흐리고 있었다. 이 곳 절터에 있는 국보 제8호 '낭혜화상 백월보광탑비'는 3m가 넘는 탑으로 아래에는 거북이가 받치고 있고 위에는 '이무기'라는 용같은 동물이 지키고 있어 뭔가 영험한 기운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절의 규모 면에서는 캄보디아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사원 등을 보면 알 수 있듯 국가적 차원에서 지은 사원들의 경우 한 고을 전체를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간이 조금 남아 오는 길에 '개화 예술공원'에 들렀다. 아름다운 한국 여인, 곰, 물개 등 다양한 조각상이 있었는데 한국적인 곡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나체의 한국여인상은 '정말 한국여인이 이렇게 아름다운가?'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몸매가 아름다웠다.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에는 남녀의 성교장면, 성기를 그린 적나라한 나체 여인 등 보다 다양한 모양의 조각을 접할 수 있는데 비해 한국은 여인의 몸매를 따라 흐르는 곡선미을 보여주는 것 같다.

개화 예술공원을 끝으로 여행이 끝나고 오후 5시쯤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대구 성서공단에서 일하다 지난달 과로사로 숨진 형의 아내 보라스맥스와 함께 떠난 이번 여행은 슬픔에 빠진 우리 남매의 영혼을 달래주었을 뿐 아니라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해줬다. 넓은 갯벌 바라보며 바닷가로 밀려오는 파도를 밀어내며 형의 죽음으로 인한 한없는 슬픔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다.

쉐아 번나라(Chea Bunnara.28.경남 통영시 신아조선 외국인 근로자)

글 도움 : 김현정(24.여.경북과학대학 사무처 근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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