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년 축구대표팀 주무 "히딩크는 지장+용장"

무려 7년 대표팀 주무를 맡아온 대한축구협회 김대업(34) 과장이 자신의 일을 조준헌(33) 대리에게 물려줬다.

1999년 12월 한국 축구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본선 출전을 확정지었을 때부터 대표팀 내 행정 및 선수 뒷바라지를 담당하는 주무를 맡아온 김 과장은 31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7년 소회를 털어놨다.

우선 외국인 사령탑의 스타일을 '덕장', '지장', '용장' 세 가지로 나눠서 설명했는데 거스 히딩크 감독에 대해서는 "지략과 심리전에 뛰어나 '지장'과 '용장'을 접목시킨 스타일이었다. '덕장'이라고 하긴에 무리가 있었다"고 했다.

움베르투 쿠엘류 감독은 "선수들에게 신뢰를 주는 '덕장'이었는데 다만 시기가 안 좋았다"고 지적했으며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날 따르라' 식으로 팀을 운영했다. '용장'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딕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해서는 "외부에는 단호했지만 팀 내부에서는 인자했고 순수한 열정을 갖고 있었다"고 회고했으며 핌 베어벡 현 감독에 대해서는 "업무 지시를 할 때 준비를 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합리적인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까다로운 선수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지금 생각하니 까다로운 선수가 좋은 선수였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시는 힘들다는 생각도 했는데 나를 괴롭혔던 선수가 프로 의식을 갖고 잘하는 선수였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부는 남에게 베푸는 것은 간과하는 선수도 있었다. 프로라면 자기가 받는 만큼 주변 사람에게 넓은 아량을 보여줄 수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외국인 감독과 생활하더라도 움츠려 들지 말고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대하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다"고 충고도 잊지 않았다.

'까다로운 선수' 이름 밝히길 거절한 그는 '자신을 배려해준 선수'에 대해서는 실명을 나열했다. "홍명보나 이운재, 황선홍, 김병지, 김태영, 유상철, 최진철, 이을용, 안정환 등 비교적 노장 선수들을 모아놓고 어려운 점을 말하면 자기들끼리 회의를 거쳐 후배에게 지시하는 등 많이 도와줬다"고 말했다.

또 김남일에 대해서는 "말수가 적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는 연구 대상이다. 나와는 눈빛으로도 통했다. 무뚝뚝했지만 사욕을 부리지 않았고, 베푸는 법도 알고 잔정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김남일 주위에는 항상 선수들이 많이 따랐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박지성은 어땠나'는 질문에 "초기에는 둘 다 막내여서 함께 짐을 옮기며 '언제 이것 때려치우나'며 함께 푸념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거물이 됐다"며 "하지만 나쁘게 거물이 된 것은 아니다. 변함없이 인간적이고 훨씬 성숙해졌다"고 답했다.

그는 "'주무'란 단어의 어원이 일본어라면 다른 좋은 말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제안도 했다.

"7년 동안 40개국 정도를 돌아다녔던 것 같다. 후회는 없고 나름대로 즐거웠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도 간접적으로나마 대표팀을 지원했으면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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