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 교육의 구조 속에는 여러 가지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는 찬성론자가 있기도 하고, 경쟁은 결과적으로 교육의 기본적인 가치와 궁극적인 성과를 파괴해버리는 위험 요소라는 반대론자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교육경쟁을 수요자의 관점에서 볼 것이냐, 아니면 공급자의 관점에서 볼 것이냐에 따라서 이해와 수용의 방식이 달라진다.
교육에 있어서의 경쟁은 여러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성적이나 상벌로써 학습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학생 수준'의 경쟁, 자녀들의 좋은 성적, 좋은 학교, 좋은 진로를 위하여 관심과 비용을 쏟아 붓는 '학부모 수준'의 경쟁, 그리고 보수, 승진, 포상 등으로 근무 성과를 높이고자 하는 '교사 수준'의 경쟁, 교육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나타나는 학교, 교육청, 국가 등의 '정책 수준'의 경쟁으로 구분된다. 대체적으로 말해서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수요자'로 분류될 수 있고, 학교, 교육청, 국가는 '교육담당자'로 분류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교육의 실 수요자인 학생들은 경쟁 속에서 살고 있다. 성적이 매겨지고 진학에 성공과 실패가 있고 좋은 성적과 좋은 학교는 취업과 생애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현실적으로 그들을 경쟁 속에 살게 하는 것이 학교이다. 점수를 잘 따서 성적을 좋게 하고 좋은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그리고 사회적 출세의 길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되는 것, 이러한 생애를 세인들은 성공적인 삶이라고 평가한다. 학생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학부모들도 관심과 비용을 투자한다. 그러나 위대한 교육사상가들은 대체적으로 학생들을 비정한 경쟁의 굴레 속에 몰아넣을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잠재력과 개성이 자유스럽게 계발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가르쳐 왔다. 오늘의 교육은 어디에서나 이상과 현실에 엄청난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쟁은 학습의 동기를 유발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므로 그 자체로서 악덕은 아니며, 근원적으로 교육의 장에서 제거해 버릴 수는 없다. 그러나 오늘의 대입제도의 내신 성적과 같이 '너와 나를' 한 줄로 세우는 '일원적' 경쟁구조는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에게 헤어날 수 없는 족쇄로 작용한다. 모두가 비좁은 한 골목으로 가면 질식하는 자가 생긴다. 반면에 "너는 그것을 잘하느냐, 나는 이것을 잘할 수 있다"는 식의 '다원적' 경쟁구조는 선택의 폭을 넓히고 긴장을 이완시킬 수 있으므로, 비정한 경쟁과 치명적 실패의 숙명을 면할 수 있게 하고 다양한 잠재력의 자유로운 계발을 가능하게 한다.
교육담당자의 측에서도 경쟁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아무리 교사들의 급여나 승진이 기본적으로 연공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임무, 보직, 기회, 성과급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보상의 체제에는 경쟁의 원리가 지배한다. 최근에는 교사의 업무평가, 학생의 교사선택, 연봉계약 등 교사를 능력경쟁의 구조에서 관리하고자 하는 제도 개혁의 징후가 보인다. 교사 만이 아니라, 나라마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학교와 교육관청을 경쟁 구조 속에서 관리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경쟁구조로 인하여 가장 구체적인 긴장과 압력을 받는 집단은 전문직으로서 전 생애를 교단에서 바치게 되는 교사집단이다.
그러나 교육종사자들로 하여금 적정한 경쟁풍토 속에 있게 하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 가장 이상적인 것은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그들의 직업적 사명감과 애착에 호소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교육자들에게 사명감과 윤리를 강조해 왔고, 지금도 교직은 도덕적 요구의 수준이 가장 높은 직업이다. 만약에 교사집단이 이러한 직업윤리의 특성을 자발적으로 수용하고 그것을 수호하여 실천하는 결연한 의지와 노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교육담당자들에게 경쟁구조를 도입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엄격히 말해서 교육종사자들에게 경쟁체제와 직업윤리, 어느 한쪽의 선택은 불가피한 것이며, 모두를 거부하는 것은 그들의 직업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돈희 민족사관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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