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가을이다. 절기는 晩秋(만추)로 달려가는데 한낮엔 아직도 여름 같다. 아이들 말대로 땀이 '삐질삐질' 나는 더위다. 한낮 기온이 25℃를 오르내리는 등 평년보다 5℃가량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가뭄에 스모그 현상, 모기마저 설치고 있으니 어느 계절인지 헷갈릴 정도다. "벌써 한반도가 亞熱帶(아열대) 기후로?"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도 많다.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이란 말은 있어도 秋來不似秋(추래불사추)는 없더니 이 참에 하나 만들어야 할 판이다.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夏將軍(하장군)이 아직도 한 발을 안 뺀 채 버티고 있으니 날씨 장사를 하는 업계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음료'빙과'맥주'모기약 등 여름 상품 쪽은 때아닌 호황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작년 동기보다 평균 30, 40% 이상 매출이 늘었고, 모기약은 76%나 증가했다 한다. 반면 일찌감치 여름부터 출시되기 시작한 가을옷 등 계절성 패션상품들은 파리를 날릴 판이다.
◇모기떼의 극성은 심각할 정도다. 예컨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에서 10월 둘째 주까지 서울 전역에서 채집된 말라리아 모기의 개체 수가 75마리로 나타났다. 작년 동기에는 10마리에 그쳤다. 10월 말까지 감안하면 말라리아 모기는 지난해보다 약 9배, 일반 모기는 약 1.5배 많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쯤 되면 "處暑(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도 고쳐야 할 판이다.
◇기상청은 늦더위의 원인에 대해 동북아 지역의 고기압이 활성화하면서 찬 대륙고기압이 한반도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잦은 아침 안개가 지표면의 열 방출을 막고, 낮에는 따가운 햇볕으로 대기가 건조해져 기온이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는데다 바람이 거의 없어 공기 중 오염물질이 쌓이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는 이달 하순 이후로는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엘니뇨 현상의 영향으로 오는 12월에도 평년 기온을 웃도는 고온 현상이 계속될 전망이라니 미상불 이상 기후다. 철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인가, 철 잊은 가을 더위에다 얄미운 모기떼조차 철을 잊고 제 세상인 양 설쳐대는 판이니 어지러운 세상이 더 어지러울밖에.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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