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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성운사 작(作) '산 중턱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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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쯤에서

성운사

멀찌감치 떨어진 산 중턱쯤에서

비스듬히 누워 멀리 흐르는 강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한결 평화로운 게

강이다

강 따라 흐르는 바람은

씻기고 씻기어

알갱이만 남은 자갈밭이나

풀잎의 숨결 고운

들판을 흐른다

때로 폭풍우에 홍수가 져

강은 궤도를 벗어나 들판을 휩쓸기도 하지만

폭풍우 지나간 뒤에 싱그러운 바람과

찬란한 햇빛은 어떠냐!

멀찌감치 떨어진 산 중턱쯤에서

비스듬히 누워 멀리 흐르는 강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눈을 감아도

평화롭고 유장한 게

강이다.

가을 산 중턱쯤에서 내려다보는 '멀리 흐르는 강'은 평화로움 바로 그것이다. 가을 강의 맑음을 따라 흐르는 바람은 강물에 '씻기고 씻기어' 햇살에 빛나는 '자갈밭이나' 풀잎이 고운 '들판을 흐른다'. 지난 여름의 강은 홍수로 '궤도를 벗어나 들판을 휩쓸기도' 했지만 '폭풍우 지나간 뒤에 싱그러운 바람과/ 찬란한 햇빛은' 얼마나 은혜로운가.

우리 인생의 산도 중턱쯤에 오르면 한번쯤 뒤돌아보게 된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돌아보는 지난날 숨 가쁘게 달리던 한 때도, 그리움으로 밤을 새우던 청춘도, '평화롭고 유장하'게 흐르는 강 같은 풍경으로 보일 수 있다면. 그러면 행복할 수 있으리.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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