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라 어지럽히는 여권 집안싸움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열린우리당 내 통합신당파를 향해 "말이 신당이지 지역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퍼부었다. 김근태 의장이 앞장서 추진하는 신당에 대해 대놓고 '호남당'이라고 폄훼한 것이다. 그러면서 당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러자 신당파는 극단적 言辭(언사)까지 서슴지 않으며 대통령을 맹비난했던 모양이다. 어떤 이는 "청와대는 부산 신당 아닌가"고 했고 어떤 의원은 "늑대와 양치기 소년 생각이 난다"고 했다. 서로 흙탕물을 끼얹는 형국이다.

양측 모두 이성적이지 않다. 서로 지역주의 극복을 자기들 行步(행보)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은 제각각 살길을 찾아 날뛰는 몸부림 아닌가. 신당파는 대통령의 인기가 형편없으니 결별을 하자는 것이고, 불안한 대통령은 어떡하든 정치적 영향력을 붙잡아보려 용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대통령과 여당 의원 간의 막말 싸움까지 아무렇지 않게 터져나오고 있다. 정말 어이가 없다. 그동안의 失政(실정)에도 화가 나 있는 판에 끝까지 이런 지경으로 국민을 불쾌하게 해야 하겠는가.

대통령과 여당의 참혹한 동반 추락은 국민을 마음 편안하게 먹고살도록 하지 못한 것 때문이다.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양측에 있지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선거에서 마땅히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게 責任政治(책임정치) 아닌가. 상식대로라면 남은 1년이라도 반성하고 땀 흘려야 할 터인데 서로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 신당을 만든다고 그 책임이 어디 갈 것도 아닐 것이고, 대통령은 '탈당 한다, 만다' 변덕스런 말 바꾸기로 국민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집권세력 內紛(내분)도 한심하지만 여권의 지리멸렬이 가져올 국정 漂流(표류)가 더 큰 걱정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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