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일현의 교육프리즘] 집중과 몰입의 기쁨

악마를 뜻하는 영어 단어 'devil' 은 '떼어내다', '동강내다'라는 뜻을 가진 희랍어 'diabollein'에서 나왔다. 어원상 악마는 무엇을 분리시키고 분열시키는 존재를 말한다. 우리는 한 사람의 영혼이나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괴롭게 만드는 유무형의 존재가 있을 때 그것을 악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학생이 정신을 집중해서 공부하고 싶은데 잡생각이 나는 것도 악마의 방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는데 줄거리에 빠져들지 못하고 자꾸 딴 생각이 나는 것도 자기 내면의 악마에게 시달림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분열과 분리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가? 다른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을 정도로 어디엔가 몰두하는 것이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집중과 몰입은 악마가 추방된 가장 즐거운 상태라고 말한다.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법칙에 따르면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질서에서 무질서로, 사용 가능한 것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쓸모 있는 것에서 쓸모없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여 토양이 산성화하는 것이나 쓸모 있는 화석 연료가 연소되어 쓸모없는 오염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 등은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전형적인 예가 된다.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이다. 일요일 저녁에 질서 정연하게 정리해 둔 책상이 주말이 되면 무질서하게 헝클어지는 것도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것이다.

나무와 산행을 생각해 본다. 나무는 스스로 엔트로피를 낮추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태양에너지를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우주 전체로는 태양에너지의 방출로 인해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것이지만, 나무 자체만 놓고 보면 흩어져 있는 여러 쓸모없는 것들을 모아 쓸모 있는 것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스스로 엔트로피를 낮춘다고 할 수 있다. 산을 오르기 전에 우리의 머리는 무겁고 복잡하다. 그러나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적절한 육체적 고통이 수반되면 다양한 잡념은 떨어져 나간다. 정상이 다가올수록 점점 무아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나무와 함께 하는 산행은 몰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마음의 엔트로피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뒤끝이 그렇게 상쾌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분열시키고 괴롭히는 악마를 지니고 살며 스스로 엔트로피를 높이는 삶을 살고 있다. 주기적으로 힘겨운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엔가 몰입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지치면 몰두할 수 없고, 몰두할 수 없을 때 온갖 상념과 잡념이 사람을 분열시키고 괴롭히게 된다.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의 삶이 너무 각박하고 여유가 없다. 적절한 운동, 독서와 음악 등을 통해 흠뻑 젖어들고 빠져드는 몰입의 시간을 가져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윤일현(교육평론가, 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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