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 탓' 핑계가 입에 붙은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의 국정 난맥은 야당 때문이라고 했다. 열린우리당이 처한 어려움도 당 자체 탓으로 돌렸다. 지난 3일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기 앞서 당원에게 보낸 長文(장문)의 편지에서다.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사사건건 국정을 흔들고 있다고 비난하고, 신당 창당 문제로 자신과 대립 중인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공개 비판했다. 외교하러 나가는 대통령이 온통 당내 세력싸움과 당원 선동, 자기변명에 신경 쓰기 바빴던 것이다.

열린우리당 당원 가운데는 대통령 편지에 共感(공감)하는 이가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은 얼마나 고개를 끄덕일지 의문이다. 국정 표류는 대통령 자신의 능력 부족과 리더십의 문제이지 야당 탓이라 볼 수 없다.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이 국정 경험의 부족에서 고집스레 '코드 정치'를 떠받든 결과다. 2004년 총선에서 채워준 과반수의 民心(민심)을 뭉개고 건방을 떤 나머지다. 통합이 아닌 分裂(분열)의 정치를 해온 탓이다.

대통령 혼자 야당 탓, 여당 탓, 정치구도 탓이라고 주장할 게 아니라 국민에게 물어보면 알 것이다. 대통령 人氣(인기)가 땅바닥에 붙고, 한나라당 지지율은 40%대 고공행진인데 여당은 10% 아랜 게 누구 때문인가 하고 말이다. 10% 안팎이면 조용히 임기 마칠 생각이나 할 처지 아닌가. 그리고 어지러운 나라에 대해 빈말이라도 '본인의 부덕한 탓'이라 할 수 없는가 하고 묻고 싶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진 걸 갖고 '레임덕에 빠졌다'고 요란을 떨지 않는가.

노 대통령이 관심을 두어야 할 일은 정치가 아니고 민생이다. 安定的(안정적)으로 임기 말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 야당의 협조를 호소하고 여당을 다독여도 시원찮을 판이다. 거친 감정으로 여야를 싸잡아 공격하면 앞으로 누굴 파트너로 삼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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