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시평] 대학 입시의 광풍

지난 11월 16일 대입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13일에는 그 성적이 공개되었고 21일부터 정시모집 대학 입학 전형에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와 학과선택에 고민하고 공급자인 대학당국에서도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고민하게 된다.

대학 입학 전형은 대학 나름대로 학생부성적(고교 내신성적)과 수능점수, 논술고사, 면접 및 구술, 예능 특기자의 실기고사 등 다양한 방식에 의해 치러진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학생부성적은 고교 3년간의 교과와 특활, 봉사활동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내신성적으로 산출하게 되는데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으나 지금은 대체로 무난하게 산정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불만, 불신 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지 우려 또한 적지 않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문자 그대로 대학 수학 능력 여부를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나 선발의 잣대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학능력시험 성적은 표준점수, 반영 방법, 가중치 등 다양한 모습으로 산정되나 12년 동안 수학한 결과를 단 한 차례의 시험으로 서열화해 줄을 세운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다. 그러므로 수능시험은 수학 능력 여부를 가리는 잣대로 활용하든지, 선발의 잣대로 활용한다면 시간과 경비의 문제가 있기는 하나 세 차례 정도 시험을 거쳐 성적을 산출, 학생 선발권을 완전히 대학당국에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유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수학능력시험은 공교육의 파행을 더욱 심화시키고 사교육비 과다 지출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학벌 지상주의, 일류병,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은 공교육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논술고사에 대비하기 위해 학원으로, 족집게 과외를 받기 위해 시골 학생들까지 서울 강남으로 모이고 고액과외를 받아야만 안심이 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뿐만 아니라 성형수술에다 예체능의 경우도 일류 강사를 찾아다니는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다.

대학 입시 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彌縫策(미봉책)으로 역기능을 초래하였음을 반면교사로 삼아 거시적 안목에서 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하지만 완벽을 기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교수-학습의 질을 높이기 위한 물적, 인적 환경을 재정비하여 실력 있는 교사를 양성해 대학 입시 때문에 학원으로 몰리는 현상을 없애도록 공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 대학에서도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주력하고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전형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당국은 학생에게는 학교 선택권을, 대학에는 신입생 선발권을 돌려주어 글로벌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갖춘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여 학벌보다는 성실하고 유능한 사람이 우대받는 사회 풍토를 만들어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인재 육성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대학 입시 狂風(광풍)을 잠재우기 위한 短見(단견)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로 정치 선진화를 도모하여 정치적인 결단으로 교육 정책이 파행으로 치닫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고 정치가 안정되어야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전반이 안정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사학법 재개정 문제도 여야가 상생의 정치를 통해서 轉向的(전향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기대한다. 둘째로 대학 입시의 과열 경쟁은 일류 대학 졸업이 곧 일류 직장 취업으로 연결된다는 현실 인식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열악하고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富國(부국)을 창출하는 일이 우선 과제다. 또한 사교육비를 과감하게 줄이는 교육 제도의 정착만이 입시 광풍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지금 세계는 무한 경쟁 시대를 맞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교육기본법을 개정하여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 개혁을 서두르고 있음을 他山之石(타산지석)으로 삼아 평등주의 교육보다는 자유주의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지름길이 되리라고 믿는다. 넷째로 대학 지망생은 각 대학과 입시 준비 기관에서 실시하는 입학 전형 설명을 참고하고 각자의 개성과 능력, 장래의 직업 전망까지를 감안하여 명문대학보다는 인기 있는 학과위주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장주환 경북교육공동체시민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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