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컴퓨터의 최고봉, 초고속 워크스테이션 기능을 발휘하는 컴퓨터로 멀티태스크, 멀티유저, 서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
웹서핑을 하다가 눈길이 머문 광고가 있었다. 권장 소비자 가격이 913만 원! '얼마나 대단한 사양이길래?' 사양을 찬찬히 살피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80486 CPU(처리속도 33Mhz)에 메모리 4MB, 하드디스크와 모니터는 선택 사양.
그제서야 이 광고가 1990년대 초반 잡지에 실린 486 컴퓨터 모델 사진을 스캐닝한 것임을 알았다. XT, AT, 286 컴퓨터를 막 지나 386 기종이 대세를 이루던 당시, 이 광고는 중형차 한 대 값과 맞먹는 높은 가격 때문에 화제가 됐었다. 강산이 한번 반 정도 변할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세상은 정말 많이 변했다. CPU 동작 속도만을 놓고 단순 비교할 때 이 486 컴퓨터보다 처리 속도가 100배 더 빠른 PC 본체를 몇십만 원으로 살 수 있다.
컴퓨터 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이 18개월마다 두 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 반도체의 집적도가 두 배 늘어나는 시간이 1년으로 단축됐다는 '황의 법칙은 IT 분야의 발전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보여주는 예언들이다. 세월의 빠름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IT 분야에서의 체감 속도는 특히 더하다. 자고 나면 뉴미디어, 신개념 서비스가 등장한다.
테크놀로지가 발달하면서 정작 사람들은 예전보다 실속없이 더 바빠진 것 같다. 정보 격차는 더 벌어지고 세대간 단절 현상도 심해졌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느라 시간도 예전보다 빨라졌다. 물리적 시간과 심리적·생리적 시간은 다르다. 두 살 배기에게 1년은 체험한 인생의 절반이지만, 60살 노인에게 1년은 60분의 1에 불과하지 않은가. 무언가를 사 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에게 "내일 사주겠다"고 해도 막무가내인 것은 아이들에게 하루가 어른들의 하루보다 더 길기 때문이 아닐는지.
그러나 요즘 아이들이 느끼는 시간의 속도는 기성세대가 유년시절 체험했던 것과 달리 여유롭지 않은 것 같다. 몇몇의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바쁘다" "시간이 빨리 간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학교수업에 학원 과외, TV시청, 인터넷, 게임 등 뺑뺑이 돌 듯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인 듯했다.
정해년 새해 벽두가 밝았는가 싶었는데 벌써 9일이 지났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기간을 인위적으로 구분한 단위라는 점에서 연도 역시 숫자에 불과할지 모른다. 역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황금돼지해'가 상업성 논란 속에서도 생명력을 갖고 유행하고 있다. 팍팍한 세상 속에서 행복을 소망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자양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리라. 모두들에게 정해년은 시간이 좀 더 천천히 흘러 여유로운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김해용 인터넷뉴스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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