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세계적 기업 現重 사장의 '몽니'

"포항의 시민단체가 현대(중공업)를 몰아 부치고 있다. 시민단체가 내용도 잘 모르면서 일방적으로 하는 짓이다. 해명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상관할 바도 아니고…. 불매운동 한다고 하는데 우린 국내에 필 건 하나도 없다."

현대중공업 최길선 사장이 지난 15일 울산의 현대중공업을 방문한 박문하 포항시의장을 비롯한 포항시의장단과 포항상의회장, 포항지역발전협의회장 등 포항지역 인사 3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 포항지역 시민단체에 대해 한 발언이다.

그의 발언을 이리저리 뜯어보면 현대중공업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포항 혼자서만 짝사랑하다 일이 잘못되니 지금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포항시는 현대중공업을 위해 지금까지 빠듯한 살림에 120여억 원을 쏟아 부었다. 올해에도 혹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수억 원을 반영해 놓고 있다. 시민들의 허탈감은 또 어떤가. 지난 1년 반 동안 세계적 기업이 포항에 온다는 것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분 좋았고, 하루 빨리 삽질 소리가 돌아가길 애타게 기다려 왔다.

그러나 지금 그 모든 기대는 수포 직전에 놓여 있다. 포항시민 개개인이 나서기 어려운 만큼 지역 시민단체들이 나서 중지를 모으고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매개체로서의 역할이다.

최 사장은 그런 포항의 시민단체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했다. 더욱이 그 자리엔 현 시의장과 직전 시의장 2명, 상의회장 등 한 마디로 포항을 대표하는 인사가 있었다. 물론 최 사장도 '왜 우리만 일방적으로 당해야 하느냐'며 속내를 털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세계적 기업의 경영자라면 자리에 걸맞는 이야길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특히 그가 내뱉은 '우린 국내에 팔 것이 하나도 없다.'라는 대목에 이르러 선 아예 말문이 막혔다. 포항시민단체들이 '현대중공업이 약속 이행을 안하면 범 현대 가(家)가 생산한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지만 왠지 '오만의 극치'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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