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scape)신대구부산고속국도로 한나절 나들이 '密陽'

겨울은 스산하고 삭막하고 길기만 하다. 눈 덮인 산이나 찬바람 부는 바다가 부담된다면 겨울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경남 밀양(密陽)으로 가보자. '빽빽할 밀'에 '볕 양'. 햇볕이 모이는 곳이라는 밀양은 따스함과 정겨움이 가득하다.

밀양은 그동안 가깝고도 먼 곳이었다. 지도를 펼쳐보면 대구와 지척이지만 정작 가는 길은 유달리 멀었기 때문. 하지만 신대구부산고속국도가 개통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대구에서 느지막이 출발해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여행을 하고 싶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거나 주말에 눈 뜨면 해가 중천에 떠 있어 번번이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밀양은 한나절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밀양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명소는 영남루. 밀양 지도를 펴놓고 보면 정중앙에 있다.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국내 3대 누각으로 손꼽힌다. 웅장한 규모에 놀라고 밀양강변 절벽 위에 절묘하게 위치해 한번 더 감탄한다. 이층 다락식 누각인 영남루는 좌측에 능파각, 우측에 침류각을 거느린 독특한 형상이다.

영남루에 올라서면 햇볕이 좋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발 아래엔 맑은 밀양강이 햇빛에 반짝이고 고개를 들면 밀양 시가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영남루 내부에도 꼭 챙겨야 할 볼거리가 있다. '영남제일루', '영남루'라고 적힌 현판으로 조선 후기 중수 당시 이인재 부사의 아들 둘(당시 11세와 7세)이 각각 쓴 것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서예가들로부터 불가사의한 필력으로 남아있다.

영남루 왼쪽 아래로 내려가면 조선 여인의 정절로 대표되는 아랑의 전설이 전해지는 아랑각이 있다. 밀양부사들이 부임 첫날밤에 의문의 죽임을 당했다는 아랑의 전설은 대나무밭과 어울려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남루 위쪽 시립박물관에는 아랑의 영정이 보관돼 있다.

아랑의 애틋한 전설을 뒤로 한 채 밀양 시내를 빠져 나와 도착한 표충사.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당시 3천여 명의 승병을 이끌고 왜적과 맞선 구국성지이자 일연선사가 삼국유사를 탈고한 곳이다. 유교와 불교가 한 울타리에 공존하는 독특한 사찰이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임란 때 공을 세운 서산, 사명, 기허 등 세 대사의 충절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유교식 표충서원이 있고 사천왕문을 통과하면 불가의 세계와 만날 수 있다. 경내 영정약수는 신라 흥덕왕 셋째 왕자의 지병을 낫게 했다고 전하는 신비의 물이다. 경내에서 바라보는 천황산과 재약산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표충사 입구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1.5㎞ 정도 오르면 한계암이 있다. 낙엽 쌓인 돌 계단길을 오르는 즐거움은 크다. 한계암 옆에는 금강폭포가 있으며, 아래쪽에는 나무로 만든 흔들다리가 운치를 더해준다.

호박소는 산내면 얼음골 입구에서 2㎞ 거리에 위치해 있다.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계곡 입구까지 차가 들어가며 주차장에서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다. 둘레 30m, 높이 10m의 대형 물 엉덩이 호박소의 시퍼런 물빛은 밀양의 모든 빛을 삼킬 듯한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이곳 주변에는 능동터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도로를 넓히고 터널을 뚫는다지만 자연스런 멋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가는 길=신대구부산고속국도 수성IC에서 밀양IC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다. 통행료는 승용차 기준 4천200원. 밀양IC에서 긴늪사거리(국도 24, 25호선 분기점)→교동 신촌오거리→내일동사무소→밀양시립도서관을 지나 영남루에 도착한다. 입장료는 무료.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 다시 밀양IC에서 금곡삼거리→산내면사무소→남명삼거리→가지산도립공원(얼음골)을 거치면 호박소에 도착할 수 있다. 입장료 무료. 표충사 가는 길은 밀양IC →금곡삼거리→삼거(시군도15호)→표충사. 입장료 성인 3천 원. 문의 055)359-5641~3(밀양시청 문화체육과).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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