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다니다 보면 Colorful Daegu라는 문구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필자에게는 다양성이 충만한 대구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다가온다.
생물다양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유전자 다양성(gene diversity), 종 다양성(species diversity) 그리고 생태계 다양성(ecosystem diversity)으로 이루어지는데 특히 생태계 다양성은 에너지와 물질 순환 및 시스템의 재생력 등 생태계의 평형유지 기능을 하나의 통합된 개념으로 파악된다. 인류가 앞으로 지구에서 오래 살아남으면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의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것. 근친혼이 금지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생물다양성의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근친혼이 지속되면 유전자 다양성이 부족해지고 그 자손은 생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질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경제계도 건강하게 오래 존속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필요하다. 대구지역의 대표산업인 섬유산업이나 자동차부품 산업도 마찬가지이고 경북의 특산품인 한우도 마찬가지다.
섬유에는 폴리에스테르, 코튼, 나일론, 자카드, 데님 등의 다양한 품종이 있고 자동차 부품에는 인젝터, 기화기, 스로틀바디, 제너레이터, 스타트 모트 등 수많은 종류가 있다. 한우에도 약돌 먹인 한우, 버섯 먹인 한우, 청정지역에서 기른 한우, 전자이력시스템을 적용한 한우 등 다양하다.
이처럼 생산품종이 다양해야 함은 물론이고 같은 품종이라도 그 생산방법이 다양해져야 한다. 다양한 품종이, 다양한 생산방법이 그리고 다양한 산업이 나타나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생성, 변화와 소멸을 지속하면서 경제는 성장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지칠 줄 모르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을 생각해 보자.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미래의 주가에 대한 투자가들의 견해가 다양해야 한다. A주식의 주가가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만 있다거나 내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만 있다면 거래는 이루어질 수 없다. 더욱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오를 만큼 올라서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당히 섞여 있을 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회는 재미없고 지루하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재앙을 가져오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이 행동할 때 쏠림현상(herd behavior)이 나타나게 된다.
2000년 6월 영국 런던. 템스강에 새로운 현수교(suspension bridge)인 Millennium Bridge를 설치하고 여왕의 참석 하에 개통식을 가졌다. 이 멋진 다리를 건너보고자 십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안정성 확보를 위하여, 최첨단 디자인을 적용하여 만들었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기 시작하자 다리는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넘어지지 않기 위해 난간에 매달리면서 흔들림은 더욱 심해졌다. 다리는 즉시 폐쇄되었고 그 원인을 찾아내어 보강할 때까지 18개월간 개통되지 못했다.
이는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로 인해 쏠림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됐다. 수많은 행인들의 발걸음은 원래 무작위적(random)이기 때문에 다리에 체계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로든지 다리가 조금이라도 흔들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넘어지지 않기 위하여 기울어지는 쪽의 난간을 잡으려고 동시에 난간 쪽으로 몰리게 된다. 사람들의 이러한 집단행동은 다리의 흔들림을 증폭시키고 다시 사람들의 집단행동을 심화시킨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최악의 경우 다리가 기울어져 사람들이 강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쏠림현상은 그 자체로 되먹임(feed on itself)되는 속성이 있다.
우리 금융도 그동안 여러 차례 이러한 쏠림현상을 보여 왔다. 과거 카드사태 때가 그랬고 가까이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급증도 쏠림현상이라 하겠다.
금융기관의 규모나 업무내용이 다양해야 하고 금융기관 종사자의 능력과 역할도 다양해야 한다. 또 금융이용자의 생각과 행동도 다양해야 한다. 이러한 금융시스템이 만들어지고, 금융감독당국이 다리위의 지휘자 역할을 잘 해야 쏠림을 막을 수 있다.
Colorful Daegu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도시 외관의 다양화에 그치지 말고 도시기능의 다양화, 역내 산업의 다양화,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생각과 행동의 다양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어떠한 환경변화나 어떠한 어려움의 발생에도 주도적으로 대응,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는 역량있는 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강세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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