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7 농촌체험] ⑪김천 옛날솜씨 마을

"농촌선 찐빵도 함께 만들고 나눠 먹는단다"

태풍 '마니'가 한반도를 비껴갔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촌에도, 모처럼 나들이길에 나선 체험객들에게도 다행이다. 차창 너머 계곡에는 알록달록 텐트들이 터줏대감인 듯 자리를 잡고 있고 밭일 나온 농부들의 검게 그을린 얼굴에도 근심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하늘은 여전히 잔뜩 찌푸리고 있다. 가야산·덕유산과 맞닿아 있는 수도산(1,317m) 아래 옛날솜씨마을은 한여름인데도 서늘하다. 마중 나온 이보영(74) 마을대표는 아예 점퍼 차림이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날씨는 좀 쌀쌀해도 저희 마을의 인심만큼은 따뜻하답니다. 좋은 체험 많이 해봅시다."

100년이 넘는 벚나무들이 지키고 있는 체험장에 들어서자 달콤한 팥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첫 체험은 가마솥 찐빵 만들기. 모두들 막걸리로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에 팥을 넣고 이리저리 모양을 낸다. "엄마, 여기에다 어떻게 이름 새겨? 나중에 내가 만든 것 먹고 싶은데." "농촌에서는 모두 다 함께 만들고 나눠 먹는단다. 그러니까 더 정성껏 만들어야겠지?"

찐빵이 가마솥 안에서 익어가는 동안 마당에서는 전통놀이가 이어진다. 널뛰기, 투호, 디딜방아 찧기, 맷돌 돌리기, 아궁이 장작때기…. 평소 해보지 못한 놀이들에 아이들은 절로 신이 나고 부모들 얼굴에도 흐뭇한 웃음이 번진다.

'짚풀공예집', '정자집', '숲속의 집' 등 이름도 예쁜 민박집에서 각자 저녁을 든 체험객들이 새끼꼬기 체험을 위해 다시 체험장으로 모여든다. "우리 집에서는 고등어구이 먹었는데 그 집에선 뭐 먹었어요?" "저희는 순두부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어요. 찐빵을 많이 먹었는데도 밥 먹는 배는 따로 있는가봐요. 하하하."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려앉은 마을 입구 주차장에서 캠프파이어의 불꽃이 피어 오른다. 게임을 즐기는 가족들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다. 손에 흙이 묻어도 얼굴에 땀이 흘러도…. 먹기 좋게 익은 감자와 동동주 한잔이 가뜩이나 짧은 여름밤을 더욱 짧게 만든다. 오늘 밤은 모두들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할 듯하다.

이튿날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장마 속에 이런 날씨는 구경하기 어려운데 복이 많으십니다." 이보영 대표의 인사가 모두를 유쾌하게 만든다. 난생 처음 경운기를 타고 찾아간 콩밭에서도 빨갛게 익은 강낭콩 꼬투리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이어지는 계곡 물고기 잡기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즐거운 시간. 어설픈 반도질에도 순박한(?) 물고기들이 걸려든다. "아빠 어릴 때도 물고기 많았어요?" "그럼, 우리 사는 도시는 많이 달라졌지만 농촌은 옛날 그대로구나. 너도 아빠가 되어서 아이들과 물고기를 잡으려면 자연을 잘 보존해야겠지?" 뜨거운 여름 햇살이 가득한 7월의 오후는 즐겁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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