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세계화

인천 차이나타운과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일본인 촌은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외국인 주거지다. 이런 외국인 집단촌이 이제 전국적으로 10여 곳이 넘는다. 한국에 들어와 상주하는 외국인이 서울의 경우 이미 100명당 1명꼴이 넘어선 결과다. 전쟁 이후 미군과 그들의 가족이 자리잡은 이태원이나 외교관과 상사 주재원들의 거주지였던 한남동은 이젠 외국인 집단촌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우리 살림살이가 크게 늘어난 90년대, 아시아 일대에 불어닥친 '코리안 드림'은 이런 외국인 집단촌을 전국 곳곳에 자리잡게 했다. 서울 구로구와 영등포구 일대의 공단 근로자가 메우던 속칭 '벌집촌'은 조선족 등 외국인 근로자의 차지가 됐다. 종로구 일대에는 동대문 상가 등을 찾는 몽골과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 중앙아시아 보따리 상인들이 몰리면서 중앙아시아 집단촌이 형성됐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일대에는 일요일이면 필리핀 사람들의 만남의 장터가 서고 구로구 가리봉동의 중국 음식점에는 자장면과 짬뽕을 찾을 수 없다. 대신 양고기 꼬치를 파는 노점상과 국제전화방 중국식 노래방 등이 자리했다. 경기도 안산 공단 주변에는 국경없는 마을이 섰고 서울 반포구의 프랑스 마을은 얼마전 끔찍한 사건으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김과 건어물, 가발, 합판이 수출 주종상품이던 상황은 이제 까마득한 과거가 됐고 우리가 만든 반도체와 자동차 휴대전화가 전 세계를 메운다. 당연히 나라 밖을 나가는 한국인도 많아졌다. 들고 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어두운 면도 적잖다. 외국자본이 아쉽던 시절 일본정부의 제재를 피한 야쿠자들이 히로뽕 공장을 이전하면서 우리는 히로뽕 수출국의 오명을 뒤집어 쓰기도 했고 한국 여행자의 낯 부끄러운 행동은 세계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최근에는 외국인이 저지르는 범죄가 무차별적으로 늘어났다. 절도와 강도에서부터 전화 금융사기범까지 활개를 친다. 당연히 외국인에 대한 斜視(사시)도 많아졌다.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초등생의 '나홀로 출국'이 사상 최대를 이뤘다고 한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유학과 연수를 떠나는 초등생들의 외국행은 더 늘어 날 태세다. 일찌감치 세계를 배우겠다는 열정은 격려할 일이다. 미래의 한국을 짊어질 초등학생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세계화 바람을 몰고올지 궁금해진다.

서영관 북부본부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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