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서오이소! 2007 경북방문의 해] (36)안동·문경

기나긴 인생길, 뒤도 돌아보세요

▲ 문경 석탄 철로를 관광사업으로 개발한 철로 자전거. 어른과 아이 3, 4명이 함께 타기에 적당하다.
▲ 문경 석탄 철로를 관광사업으로 개발한 철로 자전거. 어른과 아이 3, 4명이 함께 타기에 적당하다. '어서오이소'에 참가한 가족이 철로자전거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

우리는 항상 현재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오늘 웃는 자가 최후에 웃는다.'(니체) , '미래는 믿을 수 없고, 과거는 죽었으니 현재에 행동하라.'(롱펠로), '오늘 할 수 있는 일에만 전력을 쏟으라.'(뉴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현재를 다스리기 위해 온갖 격언들을 되뇌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오직 현재만이 미래를 결정짓는다 여기면서…. 일상은 그렇게 늘 숨가쁘고, 늘 빈틈없는 모습으로 반복되어 왔겠죠.

한번쯤 과거로 돌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지나간 시간 위에 몸을 기대어 보는 것은 어쩌면 전력이 다한 전지를 충전하는 것과 같지 않겠습니까? 일보 전진을 위한 이보 후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이번 주 '어서오이소'에서는 과거의 시간에 빚을 지며 현재를 충전할 수 있는 곳, 안동과 문경을 돌아보았습니다.

'선비의 숨결이 고스란히' 안동 하회마을

째쟁~ 째재재재재재쟁~.

찢어질 듯 꽹과리의 난타소리가 들리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각시탈이 사뿐사뿐 등장한다. 첫눈에 보면 영락없이 부끄럼 많은 새색시 형상이나 잠시만 지나면 환상은 깨지고 만다. 관객들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며 요상하게 몸을 배배 꼬면서 의미심장한 추파를 던진다. 노잣돈이라도 쥐여 달라는 뜻이다. 수입이 없으면 꿈쩍도 않는다. 그 모습이 순간 얄밉다가도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들며 되돌아가는 뒤태에 관객들의 웃음은 절로 터지고 만다.

하루 종일 고요하게 사람들을 맞이했던 안동 하회마을 입구는 주말마다 오후 세 시만 되면 시끌벅적해진다. 마당에서 질펀하게 벌어지는 하회별신굿탈놀이 때문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신나게 웃을 수 있는 자리다. 쿵덕쿵덕 울리는 북소리에 뛰어내려와 함께 덩실춤을 추는 외국인들 모습도 보인다.

안동 하회마을은 우리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마을이다.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자료 제122호로 지정된 마을로 골목마다 곳곳에 여러 무형·유형 문화유산들이 많이 있다. 곱게 떨어지는 기와지붕의 선, 가슴에 묻어둔 소원을 빌고 나오는 삼신당, 그 옛날 청춘남녀의 정분이 터지던 그네 터, 선선한 바람 쐬며 한껏 외로움에 젖어들고 싶은 고즈넉한 호수가.

시간을 두고 천천히 거닐다 보면 어느새 수백 년의 시간을 관통하는 듯 몽롱한 기분으로 우주의 중심 혹은 자기만의 세계로 푹 빠져들 것이다.

문경새재 과거 길 체험 '달빛사랑여행'

참으로 독특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아니, 그저 시원한 나무숲 아래에서의 짧은 트레킹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 옛날 과거 시험을 치러가던 선비들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걸어볼 수 있는 테마 코스다.

달빛사랑여행으로 정해진 코스, 즉 옛 선비들을 따라가는 과거 길 체험의 예상 소요시간은 4시간이다(오후 4~8시). 체험은 입구의 생태공원에서 주먹밥을 먹으며 시작된다. 그리고 과거장을 향해 출발하면 장원급제의 소원을 비는 장승공원, 마음을 경건하게 가다듬는 선비의 문을 지나고, 드디어 고려궁에 도착하면 과거시험에 실제로 응시해보는 체험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그렇게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잔치마당이 차려진 곳까지 도착하게 되고 과거 급제자를 선정하여 시상도 한다. 참가자들에게 남은 것은 잔칫상에 차려진 꿀떡, 차, 도토리묵, 오미자 동동주 등 간단한 음식들과 즉석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공연이다.

걷는 시간만 합치면 대략 1시간 남짓이고 나머지 시간은 각종 체험프로그램과 공연을 보는 시간이라고 보면 된다. 코스는 완만하여 어린이들에게도 전혀 무리가 없다.

청운의 꿈을 안고, 괴나리봇짐에 오직 짚신 한 켤레만을 의지한 채 호흡 가다듬으며 발을 떼었을 그 옛날 가난했던 선비들의 얼굴이 눈에 가득 들어와 잊히지 않을 것이다. 물론 고개 곳곳에 얽힌 이야기를 전해줄 문화해설사의 동행은 필수다.

주변코스

안동 5일장

아직도 한복 바지저고리에 갓 쓴 어른들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선비 문화와 전통이 살아있는 곳이 안동이라고 한다. 바삭바삭 전 부치는 냄새, 고슬고슬 강냉이 굽는 냄새, 곳곳에 널려있는 알록달록한 옛날 과자들. "아지매, 이거 하나 넣어 주기로 안 했는겨?" 좌판에서 들리는 흥정소리까지 더해 순간 살아있는 사람들의 진한 향기가 코끝으로 날아들 것이다.

철로자전거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고 어른들도 즐길 수 있다. 예전 석탄을 운반했던 폐 철로를 그냥 방치하기 아까워 개발한 관광상품이다. 2㎞ 코스와 4㎞코스가 있으니 적절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왕복 40분 정도.

연개소문 세트장

석탄박물관 밖을 나와 뒤쪽으로 돌아가면 SBS TV에서 방영되었던 연개소문의 드라마 촬영장이 있다. 거대한 안시성과 대포, 초가집과 가마솥, 죄인들의 감옥 등이 그대로 남아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기에 충분하다.

석탄박물관

한때 우리나라 유일의 부존 에너지 자원으로 국가산업의 중추역할을 했던 석탄의 역할과 그 역사적 사실들을 모아 정리해 놓은 곳이다. 내부에는 석탄 제조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과 영상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 어린이들과 함께 오기에 좋다.

오미자체험마을

문경은 오미자를 재배하는 대표적인 지역의 하나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자연산 오미자로 그 자리에서 직접 즙을 담가 갖고 갈 수 있다.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매운맛의 다섯 가지를 한 번에 모아 낸다는 오묘함을 싱싱하게 담아갈 수 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문경·박진홍기자 pjh@msnet.co.kr 김희정기자 jjung@msnet.co.kr

♠ 경험자 Talk

최승진(37·서울 은평구)

추석연휴가 길어 아들과 함께 시간을 내어 왔다. 테마여행 코스 전부가 매우 알차고 재미있었다. 하회마을은 볼 게 많은 곳인데 시간을 너무 짧게 배치해 안 본 것만 못했던 것 같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달빛기행도 의미 있었고, 종착지에서 본 라이브 공연도 너무 좋았다. 숙소였던 유스호스텔은 청결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 개선되기를 바란다.

이대봉(43·서울 은평구)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볼거리가 있는 코스였다. 아쉬운 점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 등 좀 더 세분화된 내용으로 짜여진 코스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달빛기행도 비가 올 경우 대체 프로그램 같은 것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몇 가지 체험이 있긴 했지만 숨막히는 도시에서 오랜만에 벗어났는데 특산물이나 무공해 채소 등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것들을 맛도 보고 살 수 있는 장소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석 (44·서울 노원구)

안동과 문경 모두 전반적으로 괜찮은 코스를 잘 선정한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좀 촉박했다. 하나를 봐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있게 둘러보고, 넉넉한 마음으로 여행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김승현(11·서울 은평구)

안동에는 처음 와 봤다. 힘들었지만 엄마와 함께 철로 자전거를 탔던 기억이 가장 오래 남을 것 같다. 또 과거시험을 보러가던 길을 따라간 달빛기행은 신기했지만 비가 많이 와서 힘들었다.

♠ 주머니 Tip

하회마을 입장료 성인 2천 원 단체 1천700원

매일 오후 입구에서 탈춤공연(무료)

달빛사랑여행 체험료(주먹밥, 꿀떡 등 제공) 1만 원

아침 유스호스텔 정식 5천 원

철로자전거(3, 4인 탑승 가능) 개인 1만 원 단체 8천 원

점심 약돌돼지 1인분 9천 원

문경 석탄박물관 개인 1천 원 단체 800원

오미자차 담그기 체험(오미자 800g, 설탕 등 재료비) 1인당 1만 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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