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전 대표 김경준씨가 미국 국무부의 송환 승인으로 이 달 중순 한국에 돌아올 것이라 한다. 김씨는 2001년 12월 검찰에서 주가조작과 회사자금 38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조사 받다 위조여권으로 달아났었다. 그리고 6년 만에 돌연 귀국을 자청한 것이다. 그의 귀국 결심이 무슨 연유에선지 알 수 없으나 어이없는 것은 정치권의 표정이다. 소액투자자들을 울린 사기꾼의 귀국을 놓고 대통합민주신당은 '선거가 끝난 것처럼' 호들갑이며, 한나라당은 미리부터 한걱정을 늘어놓고 있다.
어제 신당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의 가면무도회가 막을 내리는 느낌"이라고 했고, 선대위 대변인은 "이 후보가 스스로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한때 동업자였던 이 후보가 김씨의 주가조작에 관여했거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단정적 주장이다. 김씨와 이 후보의 연루 의혹을 입증할 증거는 아직 없다. 김씨가 어떤 증거를 제시할지 또는 못할지 모르는 판이다. 그럼에도 일단 정치적 공세부터 퍼붓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40여 일 대선 판을 '사기꾼 김씨'로 밀고 나가겠다는 공개선언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김씨가 대선을 코앞에 두고 귀국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정치공작의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앞뒤 설명 없이 정치공작 주장을 펴서야 어떻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나. 물론 귀국 배경이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미 쟁점화한 두 사람의 복잡한 관계를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과거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내린 'BBK사건 이 후보 무혐의' 결정에 대해서도 대부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어쨌든 김씨의 한마디 한마디에 이번 대선이 요동칠 것 같다. 또다시 사기꾼이 휘젓는 분탕질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지 모르는 것이다. 대선 때마다 사기꾼 얼굴을 쳐다봐야 하는 정치수준이 환멸을 느끼게 한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