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선생은 임종 전 살던 집을 허물라고 했다. 선생의 평소 삶의 방식을 생각하면 그래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선생의 집이 사라진다면 독자들도, 마을 사람들도, 일직교회측도, 방문객들도 아쉬울 것이다. 선생이 자신의 사후 일을 일임한 3인(최완택 목사'정호경 신부'박연철 변호사)은 선생이 살던 집과 유품을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선생의 작품과 유품이 또 하나의 '작품'이기에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이유였다. 유언 집행위원들은 선생이 평소에 집을 헐라고 말한 것은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는 뜻의 완곡한 표현이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선생이 살던 집 건물은 선생 소유였다. 박연철 변호사는 "땅은 하천부지로 지방자치단체 소유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권정생 선생은 결혼하지 않았고 자녀가 없다. 그래서 법정 상속인은 형제와 자매들이다. 선생은 재산 중 일부(약 1억 7천만 원)를 가족과 교회, 마을을 위해 써달라고 내놓았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어머니 이만하면 어머니께 꾸중 안 듣겠지요.' 지인들은 '선생이 늘 어머니를 생각했다.'고 전한다.
박연철 변호사는 "선생님이 10억원이 넘는 유산을 남겼지만 정확한 액수를 공표하지는 않았다."고 밝히고 "향후 선생님을 기리는 사업회가 구성되면 거기서 뒷일을 맡아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선생의 편지와 생활용품 등 유품을 보존하고 전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생의 유품은 7인으로 구성된 유품정리위원(위원장 최윤환)들이 맡아 정리했다. 유품 대부분은 책이었고, 선생이 받은 편지, 인세 계약서, 부모님 사진, 매일신문신춘문예 당선 상장을 비롯해 몇몇 당선상장과 사진이 나왔다. 위원회는 이 유품을 품목별로 정리해 안동의 한 임대시설에 보관하고 있다.
유품정리위원인 안상학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처장은 "11월초 선생을 기리는 기념사업회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향후 사업은 권정생 선생을 기념하는 재단을 설립한 후 추진해나갈 방침이라는 것이다. 유품정리위원으로 참석했던 김용락 시인은 "재단 설립 후 전시관이든, 기념관이든 향후 계획이 나올 것이고 유품은 거기에 비치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유품정리위원은 "대형 출판사와 잡지사가 권정생 선생의 이름을 딴 아동 문학상을 추진하자는 제의를 해온 바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연철 변호사는 "언론사를 비롯해 여러 단체의 협조를 얻을 생각이나 가능한 고인의 유지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안동시는 아직 권정생 선생 기념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업방향을 정하지 않았다. 안동시 관계자는 선생의 뜻을 기리자는 뜻에 공감하며 "유언 집행자측과 유품 정리위원회 측에서 사업방향을 정하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조탑동 일직교회 이창식 목사는 "작가 권정생을 형성한 뿌리는 어린이와 어머니, 마을과 교회다. 고인을 기리는 사업이 선생을 형성한 뿌리를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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