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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옥입니다] 벼르기만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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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의 명배우 앤서니 홉킨스(69). 꽃미남, 섹시남 득실거리는 세계 영화계에서 나이도 많고 결코 핸섬하지도 않지만 참 멋스러운 배우다. 걸출한 연기력뿐만 아니라 예술가적 품위와 사람의 마음을 끄는 신비한 카리스마를 지녔다. 영국기사 작위까지 갖고 있어 한마디로 格(격)이 다른 배우다.

홉킨스가 내년에는 뜻밖에도 피아니스트로서 세계를 누빌 계획이라 한다. 자작 피아노곡으로 월드 투어 콘서트를 가진다는 것. 어린 시절 옆집에서 흘러나오는 쇼팽의 피아노곡에 마음을 뺏겨 피아노를 배운 이후 지금까지 피아노의 곁을 떠나본 적이 없다고 한다. 작년엔 무작정 그렸다는 그림들로 전시회를 열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도 했다. 일흔을 눈앞에 둔 홉킨스는 말했다. "연기는 여전히 재미있지만, 이젠 다른 일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난 이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기로했고, 재미있는 것들을 받아들이며 살기로 했다."고.

새 달력의 첫 장을 설렘으로 맞은지가 바로 엊그제인 듯한데 어느덧 마지막 장, 남은 날은 단지 며칠뿐. 어김없이 찾아온 한 해의 끝자락이다. 사람들마다 '어느새…' 를 인사말처럼 나눈다. 똑같은 1년 365일인데 왜 갈수록 시간의 체감 속도는 더 빨라지는지 모를 일이다. 지금쯤은 모두들 지난 1년의 대차대조표를 들여다볼 것이다.

만족한 미소를 짓는 사람도, 감사의 기도를 하는 사람도 있겠고, 아쉬워하거나 슬퍼하는 사람들도 있을 터이다.

혹 지난 1년 동안 하고 싶은걸 '벼르기만 하다가' 속절없이 시간만 보낸 적은 없으신지? 마음은 원이로되 게을러서, 용기가 없어서,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아서 끝내 無爲(무위)로 마감해버리곤 한숨 쉬고 있지는 않은지 괜히 궁금해진다.

하루하루는 느릿한 것 같지만 한 달은 뭉텅 가는 것 같고, 한해는 손가락 사이로 모래 빠져나가듯 지나간다. 19세기 영국의 여류 시인 크리스티나 로제티는 '무엇이 무거울까'란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무엇이 무거울까?/ 바다 모래와 슬픔이/ 무엇이 짧을까?/ 오늘과 내일이/….'

어정거리기엔 너무 짧은 것이 시간이다. 우리가 당연시하는 '오늘'은 '어제 이 세상을 떠난 사람이 그토록 소망했던 내일'이 아닌가. 헛되이 보내버린 시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새해엔 벼르는 것들을 부디 이루시기를….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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