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개그맨 김대희

"마음을 움직이는 코미디 하고 싶어요"

내년이면 10년차 개그맨이 되는 김대희는 올해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5분짜리 개그코너를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일주일 이상 연습해야 한다.

연극무대가 좋아 고교 3년 내내 연극에 미쳐 살았고 대학에서도 연극을 전공한 그는 연극배우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제대할 무렵 대학로에서 컬트삼총사 개그를 보고는 감동을 받았고 개그맨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도 그는 연극 얘기만 나오면 표정이 밝아진다.

"병장 때 휴가 나와서 컬트삼총사의 개그 공연을 보고는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습니다. 남들은 양 옆에서 웃어대는데 저는 웃음 보다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 때부터 그는 개그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봤다고 한다. 단순히 웃고 지나가는 개그가 아니라 한번쯤 가슴을 흔들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코미디를 하고 싶었다고.

컬트의 정찬우가 문선대 고참이라는 인연이 개그맨으로서의 그의 인생설계에 큰 밑거름이 됐다. 졸업 한 학기 남겨두고 휴학한 뒤 본격적으로 코미디를 하기 위해 컬트와 함께 공연을 다니면서 타고난 개그감각을 키웠다.

하지만 개그맨으로 한참 활동이 많던 시절에도 그는 연극을 놓지 않았다. '모래의 여자'라는 연극 작품을 통해 개그맨이 아닌 배우 김대희로서 관객을 만났다. "저로서는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 한 첫 정극이었어요. 제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였습니다. 작품을 통해서 배운 게 많죠. 기회가 닿으면 다시 무대에 서고 싶어요. 연극은 제 마음속 고향이고 동경의 무대입니다."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는 대표적인 장수 코너가 됐다. 그는 최근 이 코너에서 실제로 머리를 깎는 장면을 보여줬다.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삭발한 것이 특별하고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삭발을 위한 개그가 아니라 개그를 위한 삭발을 한 겁니다. 개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열정이 있다면 다른 후배들도 삭발을 했을 겁니다. 웃음을 위한 거죠."

그는 코미디가 표현의 소재에 있어 제한이 많다고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다양한 소재들이 자유롭게 표현되잖아요. 코미디는 그렇지 못한 게 아쉽죠. 배우가 머리를 삭발하면 예술이 되고 코미디 프로에서는 그런 장면을 보면 이상하게 생각하죠."

그가 코미디를 생각하는 마음은 깊고 넓다. 아울러 후배들 생각에는 흔들리지 않는 확고함을 담는다. "정말 열정이 많은 친구들입니다. 개그콘서트에서 5분의 웃음을 드리기 위해 일주일가량 밤을 새우면서 아이디어를 개발해요. 고생에 비해 버라이어티 MC나 다른 연기자들에 비해 대우는 좋은 편이 아니죠. 후배들이 개그에 철학을 갖고 고생하는 만큼 좋은 대우를 받았으면 해요."

그는 후배들한테 훌륭한 까다로운 선배로 통한다. 연극을 통해 몸으로 익힌 치열함이 후배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 개그를 처음 시작하려는 지망생들에게 마음에 담고 있는 말을 꺼낸다.

"개그를 쉽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막상 들어온 뒤에 힘들어 그만두는 후배들도 많아요. 웬만한 각오가 아니면 개그맨이 될 엄두도 내서는 안됩니다. 아울러 깊이 있는 개그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족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고 했다.

"아내는 참 착하고 헌신적입니다. 내조도 잘해요. 결혼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딸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괜찮은 개그맨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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