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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후] 그게 '페이크 다큐' 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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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아침 출근길 동쪽에서 고개를 내민 햇빛이 망막을 제법 강하게 자극합니다. 출근길에 학교까지 태워준 아들 녀석에게 불쑥 물었습니다. '해가 무슨 색깔이지?''노란 색''땡'

태양은 흰색별입니다. 중심 온도 1천500만℃, 표면 온도 6천℃이며 백색광을 발산합니다. 사람들이 해가 노랗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침·저녁 무렵의 태양이 붉기 때문이지요. 이는 파장 짧은 푸른빛이 지구의 대기 속에서 산란하면서 사라지는 대신 파장 긴 붉은색이 눈에 도달하면서 빚어지는 현상입니다.

사람들은 보이는 것을 믿고, 믿는 것만 보려 하지요. 그 틈을 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들이 판을 칩니다. 몇주 전 케이블TV 프로그램에 꼬박 속은 기억이 납니다. 사이비 종교집단 이야기였습니다. 20대 여자 교주는 온갖 병을 낫게 하는 신통력을 부리고, 간부들은 그냥 논밭을 성지로 속여 신도들에게 3.3㎡당 1억원에 팝니다. 교주의 은총을 받아 살아났다는 환자들은 구금돼 죽음을 기다리고, 이들은 나중에 암매장된 시신으로 발굴됩니다. 이 이야기에 속았던 이유는 전형적인 다큐멘터리 형식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잠입 취재에 몰래 카메라·적외선 장비까지 동원되더군요.

속은 사실을 안 것은 방송 직후 인터넷을 통해서였습니다. 모든 상황이 새빨간 거짓이었습니다. 실제 사건을 재연 방식으로 재구성한 것도 아니고…. 그런 프로그램이 케이블TV에는 허다합니다. '위조'라는 뜻의 '페이크(fake) 다큐'라고 한다는군요. 허구라는 점을 한번 흘려가듯 비추고 마니까 자막 못 본 시청자로서는 '낚일' 수밖에 없겠더군요.

지상파에서 방영 중인 사극을 보고 나면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역사책을 뒤져봐야 하는 때가 많습니다. 시청률 경쟁에 목을 맨 나머지 과장과 왜곡을 마다 않는 역사드라마들로 인해 경도되지 않기 위한 자구책이라고나 할까요. 어떤 것은 하도 허무맹랑해 자녀들에게 보여 주기 걱정스런 것도 있더군요.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사실을 왜곡했다면 자막으로 알려줬으면 하지만 그런 사극 보기 어렵습니다. 알아서 판단하라는 거겠지요.

이번주 매일신문 주말판에는 '사극,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를 주제로 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아울러 포항의 모대학 학생들이 페이크 다큐라는 사실을 숨긴 채 '뼈없는 닭 미스터리'라는 이름의 가짜 고발 동영상UCC를 인터넷에 올렸다가 물의를 빚은 기사도 다뤘습니다. 글이든 동영상이든, 전파·인터넷을 타는 순간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개되는 순간 더이상 '내 것'이 아니지요. 남에게 피해를 주는 '낚시질'은 없어졌으면 합니다. 상술이든, 철부지 장난이든 말입니다.

김해용 기획취재부장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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