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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군자 보면 먼저 간 남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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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겨울의 냉랭함이 보여지는 이맘때쯤, 주홍빛 선물을 안고 꼭 와주는 귀한 손님이 있다. 봄꽃이라고 알려져 있는 개나리 진달래보다 일찍 와주는 봄의 전령사인 군자란!

군자란 꽃봉우리들이 잎 사이에 숨어 있는 것을 볼 때면 봄이 다가왔음을 느끼곤 한다. 연약한 꽃대에 한 뭉터기의 꽃들이 위태로이 달려 있어도 어디 한번 기우는 법 없이, 꼿꼿이 버티고 있는 절개가 마치 일편단심인 군자를 보는 듯 하다.

부지런을 떨며 잘 키우는 시늉을 해도, 꽃대한번 내밀어 주지 않는 동양란의 도도함에 비하면 군자란은 마음씀씀이도 후덕한 편이다.

그저 잊을 만 할 때 물 만 주면 무럭무럭 잘 커서는, 아직은 추운 이맘때쯤 꽃을 선물해줘

마음조차 따뜻하게 해준다.

5년 전 돌아가신 남편이 이름처럼 점잖게 생긴 식물이라고 유난히 좋아했던 꽃이다.

같은 화분이 세 개씩이나 있어 그렇지 않아도 좁은 베란다가 가득 차기에 친구에게 하나 주려고 했었다. 평소엔 남과 나누기를 좋아하는 남편이, 그날따라 이상하게 고집을 부리며 말리기에 그냥 놔둔 화분이었다. 저녁에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우선 군자란 꽃들이 환하게 반겨주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자식들은 자기들의 둥지를 만들어 멀리 떨어져 살고, 남편조차 없는 허허로운 공간을 이 꽃들이 나를 반기는 듯 하다.

아직까지는 냉랭한 이 공기에 더 쓸쓸해 할 늙은 할망구가 가엾어, 남편은 그토록 군자란화분을 붙들어 두었나보다. 봄꽃들을 좋아해서인지 꽃들이 움트는 이 시기에 하늘나라로 간 남편의 기일이 곧 다가온다. 살아 있을 적 남편을 진심으로 대우해본 적 없는 회한이 저 군자란 화분에 쏟아지고 있다. 베란다 유리문 안쪽 햇볕이 내리쬐는 따뜻한 곳에 모셔놓곤, 남편에게 사랑을 보내듯 수시로 환한 미소를 보내주고 있다.

하기매(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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