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는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예술 장르들은 그 탄생이 지극히 자연 발생적인 것이었으니, 그 기원을 안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즉 우리는 음악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최초의 그림이 무엇인지, 대체 누가 최초의 무용가인지 등등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오페라는 아주 드물게도 그 생일을 알고 있는 몇 되는 않는 예술 장르의 하나다다. 즉 어느 날 사람들이 모여서 "자, 오페라라는 것을 만들어 보자"라고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전에 이탈리아의 도시 피렌체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당시는 르네상스 시대의 절정기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자본 축적과 문화적 수준을 구가하던 도시 국가 피렌체의 전성기이기도 하였다. 피렌체의 베르니오 후작을 중심으로 주로 귀족들과 예술 애호가들로 이루어진 그의 주변 인물들은 당시의 르네상스 정신이 그러하듯이 고대 로마와 고대 그리스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고대 로마의 도자기 술병 조각 하나를 발견하거나 고대 그리스의 새로운 문서 하나를 해독하는 것을 최고의 도락(道樂)으로 여겼다. 그들은 비록 아마추어들이었지만 문학, 역사, 지리, 고어(古語), 미술, 음악 등에 전문가 이상의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고대 그리스 문화의 새로운 재현을 목표로 하였고 그것을 위해 모임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모임을 자신들이 모이던 궁전의 큰 방의 이름을 따서 '카메라타(camerata)'라고 불렀다. 라틴어로 '방' 또는 '모임'이라는 뜻이다. 그들은 그리스 문화 중에서도 연극, 특히 그리스 비극(悲劇)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들을 단지 모여서 읽고 연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실제로 무대에 올리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리스 고대극들은 원래 '코러스(chorus)' 즉 합창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였다. 하지만 전해지는 악보(樂譜) 없이 다만 가사(歌詞)만으로 코러스를 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였으므로, 그들 스스로 작곡을 하게 되었다.
이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전문적인 작곡가나 시인, 작가들이 관여하게 되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그들은 코러스 뿐 아니라 독백 같은 부분들도 단순한 연극이 아닌 음정을 붙여서 부르는 것이 효과적이고 또한 더욱 극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카메라타는 실험적으로 그리스 비극을 직접 만들어보았는데, 이것은 원래 그리스 비극이 아니라 좀 다른 형태가 되었다. 이렇게 돌연변이처럼 나온 것이 바로 오페라다. 시인 오타비오 리누치니에게 고대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리스 비극을 각색하게 하고, 음악가 야코포 페리가 작곡을 하였다. 이래서 역사상 최초의 오페라 '다프네'가 1597년 공연되게 되었다.
'다프네'의 내용은 대지의 여신이 자신의 딸 다프네가 잘 생긴 아폴로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딸을 월계수로 변신시킨 이야기이다. 하지만 오페라가 갑자기 등장하였다지만,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그 당시의 시, 연극, 가면극, 민속극 등과 성가, 마드리갈, 오라토리오, 음유시인의 노래 등 모든 공연예술 요소들의 총화였던 것이다. 하지만 '다프네'의 악보는 소실되어 남아있지 않다. 대신 1600년에 만들어진 '에우리디체'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오페라다.
박종호 오페라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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