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권의 책] 큰 바위 얼굴

진정한 위대함이란 사상과 삶의 일치

'큰 바위 얼굴'을 처음 읽은 것은 중학생 때였다. 대학시절에는 미국소설을 배우는 시간에 원서로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20여년 만에 책장 한쪽 구석에 있는 큰 바위 얼굴을 꺼내 다시 읽었다. 세상살이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다르고, 감수성의 민감도가 달라진 탓인지 같은 책이라도 감동의 빛깔이 달랐다.

작품은 작은 골짜기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곳에서 보내게 되는 어니스트와 그 마을 출신으로 더 큰 세상에 나가 부와 명예를 거머쥔 4명을 대비시켜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니스트는 산허리에 있는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언젠가는 그와 같은 훌륭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는 옛날의 예언을 믿으면서 살아간다. "큰 바위 얼굴은 대자연의 장엄한 유희로 빚어진 하나의 작품이었다. 깎아지른 듯한 산의 경사면 위에 몇 개의 커다란 바위가 모여 이룬 것으로, 멀리서 바라보면, 바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인간의 얼굴을 닮은 것 같았다."

어니스트의 어머니가 전해 준 예언은 이렇다. 한 아이가 이 부근에서 태어나 자기 시대에 가장 위대하고 고귀한 인물이 되리라는 것인데, 그 아이는 어른이 되면 큰 바위 얼굴과 꼭 닮게 된다는 것이다.

큰 도시로 나가 많은 돈을 벌었던 개더골드(수전노라는 뜻), 장군으로서 명성을 날렸던 올드 블러드 앤드 선더(피와 우레라는 뜻), 정치가로서 화려한 입담을 자랑했던 올드 스토니 피즈(바위 같은 얼굴)가 큰 바위 얼굴의 화신이라며 한때 사람들의 환호를 받기도 한다.(이들의 이름은 그 인물의 됨됨이를 상징한다) 그때마다 어니스트는 실망한다. 마을 사람들과 달리 그 사람들이 큰 바위 얼굴의 화신이 아님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니스트는 희망의 끊을 놓지 않는다. 믿음이 강하며 아름답고 선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믿으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기 때문. 그는 큰 바위 얼굴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훌륭한 인격자로 성장한다.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이나 가르침을 준 스승도 없는데 스스로 터득한 지혜가 삶의 고귀한 순박성과 잘 조화된 사람이 된다. 그의 말은 사상과 일치돼 있었기에 힘을 가졌다. 그의 사상은 그가 살아 온 삶과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현실감과 깊이를 갖고 있었다.

시인과 함께 있던 어느 날, 어니스트는 평소처럼 마을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한다. 시인은 석양빛에 드러난 큰 바위 얼굴을 본 사람들에게 어니스트가 바로 큰 바위 얼굴이라고 외친다. 그러나 어니스트는 자기보다 더 훌륭한 인물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돌아간다.

나다니엘 호손이 쓴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은 세상에서 정말 위대한 것은 돈이나 명예, 권력과 같은 것이 아니라 자기 성찰을 거쳐 얻어진 말과 사상과 삶의 일치라는 평범한 진리를 말해준다. 간절히 소망하고 노력하면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닮고 싶었던 큰 바위 얼굴이 된다. '피그말리온 효과'를 여기에 비유할 수 있을까?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생각해보기

1. 어니스트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평범한 시골사람이다. 그는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로 성장하게 됐을까?

2. 개더골드, 올드 블러드 앤드 선더, 올드 스토니 피즈 등 3명은 왜 큰 바위 얼굴로 인정받지 못하게 됐을까?

3. '피그말리온 효과'에 대해 알아보고, 이 소설과의 연관성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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