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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중저음으로 60,70년대 평정…대구출신 가수 남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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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대구. 지금은 사라진 옛 대도 극장에서 '오리엔탈 레코드'라는 음반사가 주최한 전국 신인가수 콩쿠르 가 열렸다. 당시 대건고 3년에 재학중이던 한 까까머리 청년은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 너 한 번 나가 보라는 주위의 권유에 못 이겨 대회 출전을 결심한다. 처음엔 심드렁했던 심사위원들은 '로맨스 항구'를 열창하는 청년의 목소리에 자지러졌다. 이제껏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중저음의 목소리. 1등도 부족하다고 생각한 위원들은 즉석에서 특등상을 따로 지정해 트로피까지 새로 만드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유명해진 청년은 1년을 매일 같이 음악공부에 매달린 뒤 상경했다. 레코드사와 계약을 맺고 첫 데뷔 앨범을 발표한 이후 본격적인 가수인생을 시작했고, 59년 '비 내리는 부두', 61년 '이정표', 62년 '첫사랑 마도로스', 64년 '맨발로 뛰어라'까지 발표하는 앨범마다 공전의 히트를 거듭한다. 60,70년대 '하숙생'의 최희준과 쌍벽을 이루며 전에도 없고 후에도 없는 중저음의 매력적 보이스 컬러를 지녔다는 가수 남일해의 이야기다.

가수 데뷔 50주년을 맞아 지난 21일 대구의 한 횟집에서 만난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 초·중·고교시절을 보냈는데, 솔직히 공부와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며 "대건고에서는 남일해 만큼만 되면 농띠쳐도 괜찮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올 정도"라고 껄껄 웃었다.

그와의 첫 대면에서 가장 놀란 건 역시나 중저음의 매력적 목소리. "솔 솔 솔 오솔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 즉석에서 흥얼거리는 '빨간구두아가씨'는 그때 그 목소리 그대로다. "사실 제 노래 가운데 가장 히트한 앨범은 61년 이정표죠.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더 큰 인기를 얻게 된 '빨간구두아가씨'가 결국 제 대표곡으로 굳어버린 것 같아요." 63년 '빨간구두아가씨'가 발표될 즈음 그의 인기는 요즘의 비 못지 않았다. "50년~70년대는 극장 쇼 문화가 우리나라 가요계를 장악했던 시기입니다. 대구나 부산으로 지방 쇼를 많이 다녔는데 극장 주인들이 비행기까지 전세를 내 겹치기 출연을 통사정했죠." 그는 "찾아 온 사람들이 수백미터까지 줄을 섰었다"며 "발표한 노래 제목을 따 제작한 이정표, 심야의 종소리 등 6편의 영화까지 출연했다"고 회상했다.

7년 전 '안부'를 끝으로 앨범 발표를 중단한 그는 지난해 말 제2의 가수 인생을 시작했다. 올해 가수 데뷔 50주년을 맞아 새 앨범(반갑다 친구야)을 내고 4월19일엔 생애 첫 대구 콘서트까지 연다. "대구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죠. 죽을 때까지 고향이라는 이름을 버릴 수 없는 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50주년 뜻 깊은 행사를 대구에서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는 고교 졸업 때까지 18년을 대구에서 살았다. 남산동에서 태어나 중앙초교, 대건 중·고교를 다녔다. 어린시절 소중했던 추억이 고향 땅에 고스란히 남아 있고, 지금도 모교 동창회 때마다 대구로 내려와 옛 추억을 되새기며 즉석 공연을 벌인다. 술은 조금하지만 담배는 전혀 피우지 않은 탓인지 아직도 한 자리에서 20곡 넘게 소화하는 녹슬지 않는 기량을 뽐낸다.

그는 "'서울의 찬가', '돌아와요 부산항에', '목포의 눈물', '대전블루스'까지 주요 도시마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노래가 한 곡씩 있는데 유독 대구만 없다는 게 늘 가슴에 걸렸다"며 "대구를 대표하는 노래 하나쯤 발표하는 게 마지막 남은 꿈"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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