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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섭의 목요시조산책] 소금에 관한 명상/김복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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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소금으로 머리를 감아 본다

숭숭 열린 머리카락 사이 짠물이 스며들어

바다를 그리는 마음 은빛 길을 만들고 있다

각 진 소금이 둥글게 모를 깎을 즈음

내 몸의 구멍이란 구멍은 죄다 열리어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 구멍은 커져간다

삼투압을 하는지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너저분하고 냄새 나는 기억들이 빠져나가며

부황 든 삶의 찌꺼기 방울방울 몰고 간다

소금에 절인 머리 찬물에 헹구면서

천명의 나이에도 오장이 뒤집히는 걸 보면

아직은 썩은 살 도려내는 새순이고 싶은 게다

자의식이 두드러진 작품입니다. 소금으로 머리를 감는 일에는 어떤 치유에 대한 강한 기대 심리가 작용하는데요. 첫째 수의 '머리를 감아 본다', '바다를 그리는 마음'에서부터 그런 기미가 짚입니다.

사소하다면 지극히 사소한 일상의 행위에서 이끌어내는 명상. 여기서 소금은 너저분하고 냄새 나는 기억들을 정제하는 하나의 매개입니다. 숭숭 열린 머리카락 사이로 짠물이 스며들어 은빛 길을 만들거나, 삼투압 끝에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그것을 증거합니다.

각진 소금이 둥글게 모를 깎는 데서 분명한 변화의 조짐을 읽습니다. 이미 몸의 구멍이란 구멍은 죄다 열려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점점 커져가는 구멍. 소금의 자극에 대한 몸의 반응은 그만큼 적극적입니다.

마침내 화자 앞에 놓인 한 대야의 찬물. 이제 소금에 절인 머리를 헹구려나 봅니다. 물낯바닥에 일렁이는, '썩은 살 도려내는 새순'의 욕망.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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