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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법정 나타난 의현…대구지검 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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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300여점 은닉혐의

'큰스님이 돌아왔다?'

3일 오전 대구지법 형사합의부 법정. 덥수룩한 흰 수염에 백발, 가사 차림의 한 노인이 승려의 부축을 받고 법정에 들어섰다. 그는 30여분간 피고인석에 앉아 바닥만 응시했다. "혐의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그는 "전부 부인한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심리는 불과 5분여 만에 끝났다.

이 피고인은 의현(속명 서황룡·71) 전 조계종 총무원장이었다. 그는 2005년 11월 동화사, 은해사 등 유명사찰에 보관돼 있던 문화재 등 300여점을 자신이 운영하는 상주의 모 사찰과 신도 집에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5년 11월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돌연 종적을 감췄다. 그는 지난달 6일 대구지검에 기소됐다.

이날 첫 공판에서 의현 전 원장 측은 검찰의 기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기소사실 중 일부는 사실이 아니며, 일부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문화재 가치가 있는 줄 모르고 한 일"이라고 했다. 의현 전 원장이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문화재는 추사 김정희가 쓴 현판, 불화, 목판, 족자, 불서 등이며 이 중 일부는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현 전 원장 측은 증거자료가 충분하다며 무죄를 자신했다. 변호인은 "발견된 문화재 중 상당수는 의현 전 원장이 아니라 측근인 제3자에 의해 숨겨진 것들"이라며 "압수품 가운데 300여점이 불교서적인데 의현 전 원장이 예전의 큰스님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대부분이며 문화재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종교계에서는 기소중지 상태로 수배 중이던 의현 전 원장이 돌아온 배경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변호인 측은 "2년이 지나 밝힐 것은 밝혀야겠다는 심경의 변화가 있었고, 기소 사실을 반박할 충분한 증거도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의현 전 원장은 그동안 경북 상주의 한 개인사찰에 기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심리를 마친 뒤 법정 앞에서 의현 전 원장에게 사찰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한 승려와 의현 전 원장 일행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의현 전 원장에 대한 2차 공판은 오는 18일 열린다.

의현 전 원장은 1990년대 초까지 8년여간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냈고, 1994년 조계종 폭력분쟁 사태로 총무원장에서 사퇴했으며 승적도 박탈당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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