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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효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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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우스 다코타 주의 한 소도시에 사는 초교 5년생 카일리 양은 농구를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올해 겨우 열한 살인데도 2년 전에 벌써 오른쪽 다리에 악성 종양을 앓았다. 대수술을 통해 다시 걷게 되긴 했으나 이제 몸을 부딪치는 심한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다시 한번 코트에서 뛰어 보고파 하는 그의 간절한 마음을 알게 된 한 농구부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카일리 양에게 맞게, 부딪치지 않고도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 길은 자유투에 있었다. 파울을 당한 선수가 하게 돼 있지만, '골육종에서 회복 중인 선수는 그 대신 던질 수 있다'고 특별 규정을 만들면 된다는 얘기였다. 이름하여 '카일리 룰'이 생긴 것이다.

이 룰은 동네 경기를 넘어 올해 초엔 5개 주 98개 팀이 참가한 대규모 대회에서도 채택됐다. 하지만 이의를 제기한 팀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카일리가 공을 던질 때마다 홈팀 상대팀 구분 없이 모두가 환호로써 그를 성원했을 뿐이다.

일본 오이타(大分) 현 우사(宇佐) 시의 산골 하바레 분교는 1994년에 문을 닫았다. 역사가 100년이나 되고 1950년대 말 한 해 신입생이 28명에 달할 정도로 번성한 적도 있었지만, 주민이 40여 명으로 줄고 고령화되면서 신입생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그 즈음 본격화됐던 분교 통폐합 조치가 그곳에서도 이뤄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 분교는 그 후 14년 만인 지난 8일 다시 문을 열었다. 동네 어린이 에토(6) 양이 입학을 희망했기 때문이다. 부모 맞벌이로 동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등하굣 길은 너무 험난해 아이가 감당하기에 무리라는 그 어머니(30)의 호소가 계기가 됐다. 시 교육위원회는 현장을 답사한 후 재개교를 결정했고, 본교에서는 아동 한 사람을 위해 베테랑 여선생님 한 분을 특별 배치했다.

당장엔 매우 비효율적인 듯 보일 수도 있을 앞의 두 사례는 그러나, 그곳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다시 생각게 만들었다. 카일리 룰을 통해 미국인들은 승리나 실용성보다 더 값진 것도 있다는 사실을 재발견했다. 하바레 분교 부활 사건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 경제적 가치 못잖게 소중함을 일본 전역에 다시 일깨웠다. 경쟁력과 효율성이 유별나게 강조되는 최근의 우리 풍조에도 경계하는 바가 있을지 모르겠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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