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00자 읽기]강물을 만지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정혜옥 지음/선우미디어 펴냄

정혜옥은 세월 속에 눈 질끈 감고 모른 척해도 그만일 세상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파괴력 강한 세월이 미처 손을 쓰기 전에 갈무리해 두려 애쓰는 모습이다.

'길에서 돈을 주웠다. 버스 정류장 옆, 전봇대 밑에 동전 두 개가 떨어져 있었다. 오백 원짜리와 백 원짜리가 각각 한 개였다. 동전 두 푼을 손에 쥔 채 버스에 올랐다. 그 때 나는 우리 집 채소밭에 뿌릴 씨앗을 사러 서문시장에 가는 길이었다. 손에는 여전히 동전이 쥐어져 있었다. 포켓에 집어넣기엔 왠지 꺼림칙하였다. 횡재를 한 기분보다는 무언가 남의 것을 움켜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아욱국' 중에서-

지은이는 주운 동전을 차마 호주머니에 집어넣지 못한다. 호주머니에 집어넣는 순간, 아마 '남의 돈인 동전을 주웠던 기억이나 행위' 자체를 지우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 돈이 처음부터 자기 돈인 양 행세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동전을 손에 쥐고 있었다. 목적지인 서문시장에 도착해서 배추씨를 사고, 상추씨를 사고, 쑥갓 씨를 사고, 마지막으로 아욱 씨를 살 때 길에서 주운 동전을 내밀었다. 주운 돈을 호주머니에 넣지 못하는 마음, 그 돈을 차마 쓸 수 없어 내내 미적거리는 마음이 정혜옥이 수필을 쓰는 이유이며, 그가 쓴 수필의 깊은 맛일 것이다. 175쪽, 9천원.

조두진기자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8일 겸직 문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을 지켰으며, 기본소득당 신지혜 최고위원은 이를 옹호했다. 홍...
화학소재 기업 카프로가 상장폐지를 위한 정리매매 첫날 90% 이상 급락하며 현재 340원에 거래되고 있고, 거래소는 상장폐지 절차를 재개한 ...
올해 추석 연휴는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이며, 주 5일제 근로자 기준으로는 9월 28일 월요일까지 쉴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 정...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