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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제 덕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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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광화문이 10일 촛불 바다를 이뤘다. 꽹과리가 등장하고 태극기가 물결쳤다. '쇠고기 재협상'을 외쳤다. 그들의 표정은 밝았다.

11일 오전 광화문 일대는 경찰의 물결이다. 컨테이너와 이른바 '닭장차(경찰용 버스)' 주변에 젊은 경찰들이 지쳐 널브러졌다. 노숙자처럼 콘크리트 길 바닥에 홑이불을 덮고 누워 자는 경찰, 은행나무 가로수 밑에서 라면을 끓여 밥 말아 먹는 젊은이, 곳곳에 쌓인 쓰레기 더미.

#2. 21년 전 6월 9일 최루탄 추방대회가 열렸다. 6월 10일 민주화운동의 전야제 성격도 있었다. 연세대 이한열 학생이 최루탄에 맞아 숨져 독재와 최루탄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도 6월 10일 그날 현장 진출을 시도했다.

시위 시민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넘쳤고 비장감이 서렸다. 최루탄 추방대회는 최루탄을 불러 거리는 매캐했고, 최루탄 파편과 깨어진 보도블록이 거리에 나뒹굴었다.

필자는 21년 전 연세대 학생이었다. 그때 그 시각 이한열 열사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기자로서 청와대 취재를 담당하며 이명박 대통령 가까이에 있다. 두 현장에 서 있는 기자는 마치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한 2008년 6월 11일 대한민국의 모습으로 인해 데자뷰(기시감)에 빠진다.

강산이 두 번 바뀌었으나 바뀌지 않은 것 같은 '대~한민국'은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바뀌었다. 시청 앞에서 경찰에 붙잡히랴 도망하던 시민들이 금단의 선인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최루탄은 생산마저 중단된 지 오래로 경찰서에 보관하고 있는 20년 전의 유물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보수언론에 흥분하던 시민들은 이제 인터넷과 휴대폰이란 새로운 미디어로 무장해 보수언론에 상관치 않는다. 무엇보다 '항쟁'이 '문화제'로 바뀌었다. '정권 타도'는 '정권 변화'로 변했다. 경제대국 10위의 '대~한민국'은 그렇게 발전했다.

그때 그랬듯이 이제 우리 모두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항쟁이 6·29선언을 불렀듯이 문화제는 내각 총사퇴와 청와대 비서진 총사의 표명이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출입 조건 재협의가 남았지만 이만하면 타도 대상도 아닌 정권에 '촛불'이 얻으려 했던 것은 거의 다 얻었다.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주체는 많다. 0교시 수업에 분노했던 학생들, 유모차를 밀었던 주부들, 예비군복을 새로 꺼내 입었던 가장들이 주체다. 그러나 누구보다 빨리 제자리로 가야 하는 주체는 대통령과 정치인이다.

107일 만에 국민 앞에 무릎 꿇은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대통령이 되고 난 직후의 '이명박'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 앞에 겸손하고 기교가 아닌 가슴과 실천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대통령의 측근들은 한고조 유방의 천하를 만든 뒤 초야로 홀연히 떠난 장량의 道(도)를 배워야 한다. 狐假虎威(호가호위) 권력 맛에 취해 대통령의 눈귀를 가려서는 안 된다. 당장 눈에 벗어나더라도 대통령이 싫어하는 말만 골라 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국회의 자리는 더더욱 길거리가 아니다. 18대 대통령을 견제해야 하는 18대 국회가 법마저 어겨가며 문도 열지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명분에 사로잡혀 국회 등원 거부, 장외 투쟁을 고수하면 다정하던 민심의 눈이 갑자기 싸늘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탄핵을 당하고 실패한 대통령이란 烙印(낙인)이 찍혔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근 德談(덕담)에 많은 含意(함의)가 있다. 정권이 실패하면 불행해지는 주체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함의다. 나라를 위해 100일의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실용정부에 우리 모두 덕담했으면 한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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