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수목원=달서구 대곡동의 생활쓰레기 410만톤 매립장 위에 대구지하철 1호선 건설 공사에서 발생한 잔토를 6~7m높이로 깔아 1997년부터 2002년까지 5년에 걸쳐 조성한 24만4천여㎡(7만4천평)의 도시형 수목원이자 친환경적 생태공간이다.
짙어가는 녹음이 터널을 이루는 대구수목원 초입. 들이마시는 공기부터 도심의 매캐한 그것과는 다르다. 몇 발자국 걷지 않아도 상쾌함이 몸 속 깊숙이 스며든다. 매연에 뒤덮인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식물과 인간, 그리고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공간'이 있다는 건 또 하나의 행복이다.
1천300종 29만포기의 초본류와 450종 8만그루의 목본류가 자라는 대구수목원은 침엽수원을 시작으로 야생초화원'습지원'선인장온실'괴석원'산림문화전시관 등 21개 테마공원과 이들을 이어주는 산책길로 돼 있다.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침엽수원을 지나 숲 안 작은 연못엔 도심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연꽃'물싸리'창포'세모고랭이 등이 녹색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이제는 동화 속 혹은 동요가사에서나 들어봄직한 식물들이 실제로 꽃을 피우며 잎을 펼쳐 자라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약초원엔 할머니와 어머니들이 입안에 넣고 혀로 눌러 '빠드득'하는 소리를 즐겼던 꽈리가 다소곳이 피어있다.
초여름에 접어든 요즘, 대구수목원의 최대 자랑거리는 단연 녹음이다. 대개의 초본류가 봄철에 꽃을 피우고 지금은 잎의 푸르름만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호두나무 등 목본류들이 앙증맞은 풋열매들을 세상에 드러내기 시작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보는 재미가 T쏠쏠하다.
200여종의 선인장과 다육식물이 한데 어우러진 선인장전시관은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긴다. 가시만 없다면 커다란 호박을 엎어 놓은 듯한 멕시코 원산의 금호는 특히 눈길을 끈다.
우거진 숲과 고산절벽을 연상하게 하는 기교와 창의력이 돋보이는 분재원 작품들은 심미안을 한껏 높여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분재원을 돌아 나온 산책로는 많은 시민들이 속보나 산책을 즐기며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부드러운 흙길의 정감이 마냥 좋다. 산책로 옆으로는 외국산 식물이 힘겹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가운데 토종 다년생 야생화인 벌개미취가 군락을 자랑하고 있다. 인공개울도 조성돼 옛날의 시골정취에 빠져들게 한다. 죽림원에서는 대나무가 60년에 한번 꼴로 꽃을 피우며 꽃 피운 뒤에는 영양소실로 죽는다는 얘기도 알 수 있다.
1시간여에 걸친 수목원 탐방이 끝날 무렵 문득 고개를 들면 연두빛 산뽕나무 이파리 사이로 까만 열매(오디)가 주렁주렁 달렸다. 처진 가지를 당겨 열매를 따 씹으면 새콤한 맛이 입안에 침을 솟구치게 한다. 산림문화전시관 앞 500만년에서 1천만년 전 땅 속에서 묻혀 화석인 된 규화목은 둘레만으로 그 위용을 뽐내고 안에 들면 대구 인근 자연과 식물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관람할 수도 있다.
월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곤 하루에 세번(오전 10시 및 오후 1시, 3시) 산림문화전시관 앞에 가면 숲 해설사들과 함께 더 알찬 대구수목원의 속살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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