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조합원들 일부 가세…물류대란 빨리 올 듯

포항철강공단 등 지역 사태 촉각

▲ 파업 첫날인 13일 오전 9시 30분쯤 포항공단과 외부를 연결하는 물류수송도로인 포항 대도동 섬안대교 진입로 전경. 평소 이맘때쯤이면 철강제품과 원자재를 실은 화물차가 왕복차로에서 꼬리를 물고 신호대기중이었지만, 파업이 시작된 이날 화물차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아
▲ 파업 첫날인 13일 오전 9시 30분쯤 포항공단과 외부를 연결하는 물류수송도로인 포항 대도동 섬안대교 진입로 전경. 평소 이맘때쯤이면 철강제품과 원자재를 실은 화물차가 왕복차로에서 꼬리를 물고 신호대기중이었지만, 파업이 시작된 이날 화물차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아 '물류마비'를 실감케 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화물연대가 13일 0시를 기해 총파업에 들어갔다. 포항철강공단을 비롯해 구미공단, 부산·광양·평택항 등 물동량이 많은 대규모 공단과 항만을 중심으로 첫날부터 제품과 원·부자재 입출하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여파가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크게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화물연대 비조합원들의 자발적 수송거부 동참이 늘면서 "비조합원 차량으로 버텨 보겠다"던 정부와 산업계의 비상대응 방침은 처음부터 빗나가고 있다.

◆포항공단 수송차질

화물연대 포항지부는 파업 첫날인 13일 오전 현재 조합원 차량 400여대 전부와 비조합원 차량 등 모두 합쳐 포항에서만 최소 1천대 이상이 수송거부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각종 철강 원부자재와 제품수송 차량으로 넘쳐나야 하는 오전 시간, 포항시내와 공단을 연결하는 섬안대교는 승용차만 눈에 띌 뿐 화물차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포스코·동국제강·현대제철·세아제강·동부제철 등 이른바 '빅5'를 비롯해 300여개 단위 사업장에서 철강제품을 중심으로 하루 평균 7만여t가량을 화물차를 이용해 육상수송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 단기 자구책을 확보한 포스코를 제외한 나머지 업계는 13일부터 50% 달성도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화물연대 일부 조합원들이 조기파업에 참가하면서 12일 오후부터 출하 차질이 시작돼 동국제강과 현대제철은 후판·철근·H빔·철도레일 등을 하루 평균 각각 1만4천t과 10만t을 출하해야 하는데 목표량의 60% 정도를 내보내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중소기업들의 경우 이미 12일 오후를 기해 출하를 중단한 업체들이 속속 등장했다. A중소기업 사장은 "중소기업의 운송비가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파업 여파를 더 빨리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대기업 B사의 한 출하담당 임원은 "운송사를 총동원해 차량 확보에 나섰지만 지입차주들이 배차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사나흘은 버틸 수 있겠지만 당장 다음주 초(16일)부터 비상상황에 직면할 것 같다"고 했다.

◆연쇄 피해 예상

물류산업은 산업계 업종 간·지역 간 연계성이 커 특정 지역과 특정 산업으로 피해가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산업으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파업규모에 비해 피해 정도가 훨씬 더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철강업의 핵심 부자재 가운데 하나인 석회석은 충북 단양지역에서 포항 등 철강업체로 들어와야 하는데 12일 오후부터 단양지역 화물차들이 운송을 중단하면서 포항공단 업체들은 13일 새벽부터 석회석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C사 임원은 "고철 등 다른 자재는 확보했는데 석회 재고가 달려 생산설비를 세워야 하는 상황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은 포항공단 대기업 상당수가 비슷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미 등 수출공단도 마찬가지다. 부산과 광양·인천·평택 등 항만 컨테이너 기지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수출물량을 내보내지도, 원·부자재를 공급받지도 못하고 있다. 사내 제품장이나 야적장 등 재고보관 시설이나 설비도 넉넉잡아 일주일치를 보관할 수 있는 정도에 그치는 업체들이 많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1주일 안에 파업상황이 종료되지 않으면 모든 산업이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물연대 천막농성 돌입

화물연대 포항지부는 12일 오후 5시쯤 포항 호동 근로자종합복지관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포항지부는 또 13일 오후 포항에서 대경지부와 공동으로 파업 출정식을 갖기로 했는데 참가 인원은 비조합원을 합쳐 1천명이 훨씬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 포항지부는 또 파업기간 중 주요 화주사를 압박하고 파업 참가자들의 단합을 유도하기 위해 포항공단 내 20여개 지점에 집회신청을 해두고 연쇄이동식 릴레이 집회를 계속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럴 경우 특정 기업의 출입문 봉쇄, 운송차량 강제정차 등 지난 2003년 파업 당시와 같은 과격행위를 하지 않고도 물류를 멈추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협상

이런 가운데 12일 오후 전국 주요 지역별로 화물연대와 화주, 운송사, 자치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첫번째 협상이 열렸으나 운송료 15% 인상에 합의한 제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포항지역의 경우 포스코 등 주요 화주사와 삼일·동방 등 대형 운송사 및 화물연대 포항지부 집행부 등이 파업사태를 막기 위해 벼랑 끝 협상을 벌였으나 상호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다만 이 자리에서 포스코가 5월 8%, 6월 12% 인상에 이어 앞으로도 유가변동에 따라 추가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이달부터 각각 14.8%와 14.6% 인상을 단행했다고 밝힌 점이 향후 협상의 여지를 남기는 데 한몫을 했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화물연대 정태철 포항지부장은 "운송료는 최소 30% 인상돼야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받는다"며 10% 인상안을 거부했다. 화물연대 측은 또 "현행 운송료의 기본틀이 ℓ당 경유값 1천원을 밑돌던 지난 2003년에 기준을 둔 것이어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그러나 파업기간 과격행위는 스스로 막고 대화창구를 열어놓은 채 평화집회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산업계 자구책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산업계도 비상대책을 세우고 있다. 포스코는 생산기술부장을 실장으로 하는 비상상황실을 꾸리고 자사제품 수송을 맡고 있는 주요 운송사 대표들과 물류담당 부서원들이 실시간으로 사내외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파업 참가자들의 물리적 운송방해 행위만 없다면 보름 이상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며 "외부 출하가 지연되면 사내 야적장과 창고에 제품을 보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11일부터 고철과 석탄 등 원·부자재 확보에 나서 5일치 정도의 재고를 사내로 들여놓았다. 현대제철은 출하 차질에 대비, 기존 재고를 회사 밖 야적장에 내보내고 사내 제품장을 최대한 확보하기로 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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