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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의 필름통] 마음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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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전설적인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 베를린 공연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공연이다.

그들은 이미 'Another brick in the wall'이란 노래로 세상의 모든 벽을 허물자고 설파한 바 있다. 1990년 7월 21일 이날은 그 의미가 새로웠다. 동서를 갈라놓은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진 것을 기념하기 위한 공연이었다. 베를린 장벽은 이념이란 장벽이고, 소통하지 못하는 인간한계의 상징물이었다.

그것이 허물어진 것은, '벽'(The Wall)이란 앨범을 낸 핑크 플로이드에게 특히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The Wall'은 이미 '에비타' '버디' '엔젤 하트'를 만든 앨런 파카 감독에 의해 1982년 영화로 만들어져 화제가 됐다. 이날 공연은 3시간 넘게 진행되면서 넓은 무대에 계속 벽을 쌓는 것으로 시작된다. 길이 2m에 이르는 블록을 인부들이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핑크 플로이드는 무대 앞과 벽 뒤에서 노래를 부르며 20만 관객을 감동시켰다.

가장 압권은 공연 마지막에 그 벽을 한꺼번에 허무는 것이다. 관객들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던 순간을 떠올리며 환호하고 눈물을 쏟았다.

소통하지 못해 고통스런 현실을 그린 영화들이 많다.

지난해 개봉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감독의 '바벨'은 아이를 잃고 실의에 빠진 미국인 부부와 멕시코 유모, 엄마의 자살 이후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일본 청각장애 여고생 등을 등장시켜 닫힌 마음의 고통스런 감상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폴 해기스 감독의 '크래쉬'(2004년)는 지방 검사 부부와 페르시아 출신 가게 주인, 흑인 TV 연출자 부부, 멕시코 출신 열쇠 수리공, 중년의 한국인 커플 등 LA에 살고 있는 15명의 서로 다른 인종들이 펼치는 '충돌'을 그리고 있다. 8개의 충돌과 8개의 상처, 그것은 바로 함께 살아가면서도 벽을 만들어가는 현대인의 심상을 잘 그려주었다.

구스 반 산트의 '굿 윌 헌팅'(1997년)은 어릴 적 상처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고, 타일러 헥포드 감독의 '돌로레스 클레이본'(1994년)에서는 오해로 어머니를 증오하는 딸이 나온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이가 바로 어머니라고 아는 순간, 딸은 깊은 증오의 강을 건너 눈물을 흘리며 화해의 포옹을 나눈다.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현대 도시인들의 우울한 초상이다. 그것은 늘 벽이라는 상징물로 그려진다.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도심 한가운데 거대한 구조물이 세워졌다. 넓은 길을 막고, 거기에 벽을 넘지 못하도록 기름까지 칠해졌다. 그 벽은 마치 가공할 외계의 공격에 맞선 인간의 방어막처럼 느껴졌다.

시위를 막겠다는 의도에서 나왔겠지만, 왜 하필 그런 벽을 만들었을까. 대한민국의 1호 상징물인 숭례문이 불타 허물어진 가운데 세워진 컨테이너 벽은 두고두고 회자될 소통하지 못하는 2008년 대한민국을 상징할 것이다. 허물어도 시원찮은데 말이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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