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여선생님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생님, 혹시 '전환장애'란 이야기를 들어보셨습니까? 저희반의 호진(가명)이라는 여학생이 전환장애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1학기 동안 병원을 다니고 치료를 해보았지만 좋아지지는 않고 오히려 병세가 악화돼 지금은 걷지도 못하고 있어요. 이 학생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전환장애'는 심리적 원인에 의해 주로 운동이나 감각 기능에 이상증세 및 결함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히스테리성 운동 기능 이상이라고도 한다. 심리적인 갈등이나 부담으로 몸이 마비되거나 운동, 감각기능에 이상이 생기며, 심한 경우에는 경련과 발작까지 일으킨다. 전환장애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고 남성의 경우에는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와 관련이 많다.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심각한 상태로 악화되지 않지만 성격적인 문제로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학생을 직접 만나볼 필요가 있어 2층 교실로 찾아가 보았더니 다른 학생들은 음악실로 가고 그 학생은 외로이 교실에 남아 책을 읽고 있었는데 걷기는커녕 혼자 일어서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이 때부터 10회 이상의 개인상담과 쪽지상담은 물론, 가정 방문을 통한 가족상담을 계속했다. 원인은 자신이 지고가야 할 짐이 너무나 무거웠던 것이었다. 어머니는 초교 때 가출했고 아버지는 술주정뱅이로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고교 2학년 오빠는 자주 화를 내는 성격이었고 초교 5학년의 남동생은 자신이 직접 돌보아야 하는 처지였다. 즉, 집안의 모든 책임을 고1인 자신이 맡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병들고 아프면 아버지와 오빠가 혹 정신을 차리고 집안을 돌볼 거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전환장애의 원인이었다.
3개월간 계속된 상담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그 학생은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건강이 조금씩 좋아졌고 혼자 걸을 수도 있었으며 성격도 쾌활해졌다. 담임선생님의 노력과 시청 및 면사무소, 사회봉사단체의 도움으로 집을 수리해주고 격려금도 줘 생활의 불편함도 많이 없어졌다.
이 학생은 앞으로 미용사가 돼 훌륭한 미용장이 되는 것이 꿈이란다. 걷지도 못하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던 학생이 이제는 자신의 진로 문제에 많은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심지어 시청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저축까지 하면서 가족들을 보살피고 있다. 이 학생의 밝은 앞날을 기대해본다.
박기출(상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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